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21
어제:
338
전체:
5,022,110

이달의 작가
2021.08.16 14:29

공항 가는 길

조회 수 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공항 가는 길

이월란 (2020-5)

 

새처럼 날아야 닿을 수 있는 집이 있다

둥지를 떠난 새였다

위태로운 횃대에 올라앉을 때마다

한 마리의 세상에 대해 조급해지곤 했다

한 번도 타국에 살고 있다고 여기지 못했다

모국이라고 여기며 모국에 살아본 적이 없으므로

 

문을 열고 나가는 세상은

출입국관리소처럼 매일 태생지와 행선지를 묻는다

절망이 길을 내고 외로움이 길이 되던

흔들리는 땅 위에 올라탄 탑승객처럼

반입 되지 않는 그리움을 숨기고

뜨고 내리기 좋은, 여기는 변두리

 

완벽한 비행을 위해선 제일 먼저

날개 한 쌍 돋아나는 일

날개를 사기 위해선 먼저 국적을 사야 한다

네모난 집은 둥근 국적이 사는 곳이었다

바람이 접히는 모서리마다 여백이 생겼다

 

환율처럼 오르내리는 날개를 달고

다섯 번째 계절로 가방을 싼다

하루에 하나씩 지워내던 그 이름으로

싸다보면 이민가방이 되는 촌스런 여행

환절기마다 병을 앓는 두 개의 체온으로

몸져누우면 꼭 새가 되곤 했었다

 

쌍팔년도라고 불리는 고전을 읽기 위해

회항하는 사람들은 눈이 부시다

담장만큼 낮아진 국경을 넘을 때마다

날개가 닿을 수 없는 속도가 있음을 알게 된다

날개 없음을 타고난 것은 차라리 잘 된 일

깃 떨어질 때마다 날개를 묻어야 했으므로

 

핸들에 감기는 길마다 활주로를 닮아 있다

기억의 맥박으로 날아오르는 길

은빛으로 무거워진 새 한 마리

날짐승 같은 노을을 토해내며

가슴의 시차를 넘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 관계 이월란 2011.01.30 495
104 관(棺) 이월란 2010.03.05 453
103 과연, 이월란 2010.05.30 355
102 과수원댁 이월란 2009.10.08 367
101 곶감 이월란 2008.05.08 398
100 공항대기실 이월란 2008.05.09 298
» 공항 가는 길 이월란 2021.08.16 53
98 공존 이월란 2011.09.09 222
97 공갈 젖꼭지 이월란 2012.02.05 663
96 골탕 이월란 2009.07.27 263
95 고해 이월란 2011.10.24 299
94 고통에 대한 단상 이월란 2008.05.10 277
93 고인 물 이월란 2011.09.09 270
92 고양이에게 젖 먹이는 여자 이월란 2008.05.10 651
91 고시생 커플룩 이월란 2010.05.21 594
90 고스트 이월란 2009.02.14 253
89 고별, 낙엽의 마지막 춤 이월란 2008.05.10 308
88 고백 이월란 2010.12.14 362
87 고문(拷問) 이월란 2008.05.08 539
86 고래와 창녀 이월란 2010.01.29 573
Board Pagination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