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5
어제:
183
전체:
5,020,486

이달의 작가
2021.08.16 14:29

공항 가는 길

조회 수 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공항 가는 길

이월란 (2020-5)

 

새처럼 날아야 닿을 수 있는 집이 있다

둥지를 떠난 새였다

위태로운 횃대에 올라앉을 때마다

한 마리의 세상에 대해 조급해지곤 했다

한 번도 타국에 살고 있다고 여기지 못했다

모국이라고 여기며 모국에 살아본 적이 없으므로

 

문을 열고 나가는 세상은

출입국관리소처럼 매일 태생지와 행선지를 묻는다

절망이 길을 내고 외로움이 길이 되던

흔들리는 땅 위에 올라탄 탑승객처럼

반입 되지 않는 그리움을 숨기고

뜨고 내리기 좋은, 여기는 변두리

 

완벽한 비행을 위해선 제일 먼저

날개 한 쌍 돋아나는 일

날개를 사기 위해선 먼저 국적을 사야 한다

네모난 집은 둥근 국적이 사는 곳이었다

바람이 접히는 모서리마다 여백이 생겼다

 

환율처럼 오르내리는 날개를 달고

다섯 번째 계절로 가방을 싼다

하루에 하나씩 지워내던 그 이름으로

싸다보면 이민가방이 되는 촌스런 여행

환절기마다 병을 앓는 두 개의 체온으로

몸져누우면 꼭 새가 되곤 했었다

 

쌍팔년도라고 불리는 고전을 읽기 위해

회항하는 사람들은 눈이 부시다

담장만큼 낮아진 국경을 넘을 때마다

날개가 닿을 수 없는 속도가 있음을 알게 된다

날개 없음을 타고난 것은 차라리 잘 된 일

깃 떨어질 때마다 날개를 묻어야 했으므로

 

핸들에 감기는 길마다 활주로를 닮아 있다

기억의 맥박으로 날아오르는 길

은빛으로 무거워진 새 한 마리

날짐승 같은 노을을 토해내며

가슴의 시차를 넘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5 1시간 50분 이월란 2008.09.08 243
1024 1회용 장갑 이월란 2008.05.08 492
1023 3293 이월란 2012.08.17 345
1022 B and B letter 이월란 2010.12.14 441
1021 CF* 단상 이월란 2009.01.15 274
1020 Daylight Saving Time (DST) 이월란 2008.05.10 249
1019 Dexter 이월란 2008.05.10 248
1018 E.R. 하나님 이월란 2009.06.06 320
1017 F와 G 그리고 P와 R 이월란 2010.09.20 683
1016 gocks들 이월란 2009.06.10 386
1015 I LOVE YOU 이월란 2009.01.27 294
1014 I-대란 이월란 2010.04.27 377
1013 Mr. 딜레마 이월란 2009.12.09 363
1012 Ms. Jerilyn T. Solorzano 이월란 2010.01.29 441
1011 O. 헨리의 별 이월란 2009.10.17 334
1010 P.O.W. 이월란 2010.04.27 436
1009 P.T.O. 이월란 2008.06.19 211
1008 RE: 새벽 이월란 2021.08.16 120
1007 Soap Opera* 증후군 이월란 2008.06.25 231
1006 Step Family 이월란 2008.05.10 25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