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0
어제:
259
전체:
5,026,022

이달의 작가
2008.05.08 11:40

물 긷는 사람

조회 수 544 추천 수 5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물 긷는 사람


                                                            이 월란




오늘도 물을 긷는다

몸 안에 길어진 물은 늘 소리죽여 출렁이는 법을

눈치로 익혀온 터였다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밀물과 썰물이 태동을 시작하고

어느 새벽녘 끝내 바다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생과 사의 인력으로 감성과 이성이 맹렬히 파도타기를 하며

물목에서 쌈박질을 해대었고

때론 고즈넉한 수면에 어로선 한척 띄워질까

구천을 헤매이던 혼령 하나 모셔와

빈 등대에 앉혀 두고 푸닥거리 하는 무녀가 되었다가,

하루해가 동에서 서로 몸의 마디마디를

뱀의 혓바닥처럼 훑고 지나가면

해 떨어지는 수평선 따라 나란히 몸을 뉘였다

삶의 미련은 질기고 또 질겨

선잠 속에서조차 쏴아아 쏴아아 파도소리를 내었건만

삼킨 갈증은 쏟아지는 물살에 지워지지도 않고

눈 뜨면 바로 목이 타, 또 물을 길러 가는 사람

어느날이면 빈 등대를 박차고 나와 손 내밀 그 혼령따라

갈매기 가슴으로 날아갈 그 날까지          

                                              
                                                                                                                            2007-02-2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5 가방 속으로 이월란 2010.01.04 489
984 가벼워지기 이월란 2010.04.13 406
983 가변 방정식 이월란 2009.12.20 339
982 가슴귀 이월란 2009.04.07 286
981 가슴에 지은 집 이월란 2009.01.02 308
980 가시 이월란 2010.08.08 376
979 가시나무새 이월란 2010.03.22 390
978 가시목 이월란 2008.05.10 385
977 가윗날 이월란 2008.09.13 221
976 가을 죽이기 이월란 2009.11.16 315
975 가을 혁명 이월란 2009.09.23 340
974 가을귀 이월란 2009.11.25 353
973 가을소묘 이월란 2008.05.10 296
972 가을의 뒷모습 이월란 2008.05.08 389
971 가을이 오면 이월란 2008.05.10 255
970 가을주정(酒酊) 이월란 2008.05.10 276
969 가지치기 이월란 2008.07.13 220
968 가짜 귀고리 이월란 2016.09.08 115
967 각角 이월란 2010.08.08 386
966 각주 좀 달지마라 이월란 2009.08.13 40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