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긷는 사람
이 월란
오늘도 물을 긷는다
몸 안에 길어진 물은 늘 소리죽여 출렁이는 법을
눈치로 익혀온 터였다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밀물과 썰물이 태동을 시작하고
어느 새벽녘 끝내 바다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생과 사의 인력으로 감성과 이성이 맹렬히 파도타기를 하며
물목에서 쌈박질을 해대었고
때론 고즈넉한 수면에 어로선 한척 띄워질까
구천을 헤매이던 혼령 하나 모셔와
빈 등대에 앉혀 두고 푸닥거리 하는 무녀가 되었다가,
하루해가 동에서 서로 몸의 마디마디를
뱀의 혓바닥처럼 훑고 지나가면
해 떨어지는 수평선 따라 나란히 몸을 뉘였다
삶의 미련은 질기고 또 질겨
선잠 속에서조차 쏴아아 쏴아아 파도소리를 내었건만
삼킨 갈증은 쏟아지는 물살에 지워지지도 않고
눈 뜨면 바로 목이 타, 또 물을 길러 가는 사람
어느날이면 빈 등대를 박차고 나와 손 내밀 그 혼령따라
갈매기 가슴으로 날아갈 그 날까지
2007-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