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이 월란
겨울과 봄 사이엔 계절이 없었지
너와 내가 손잡고 발디딜 땅이라곤 한뼘도 없었잖아
그래, 넌 니가 좋아하는 봄이 되기로했고
난 내가 좋아하는 겨울이 되기로 했지
서로 부딪히지 말자 무언의 약속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할지라도
그랬을지라도, 심기 뒤틀릴 때가 있더라구
오던 길 돌아가 앙증맞게도 너의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너의 식솔들에게 눈 한번 흘겨보고 오는거지
내가 누군지나 알겠니
나의 체취가 아직 가시지도 않은 너의 대지에
구석구석 저 파스텔 색조의 손자국 찍어대는,
얌전함으로 채색된 오만한 자신감을
너 같음 희희낙락 돌아서지겠니
사람들은 잊어가던 내 얘길 한번씩은 더 하게 되겠지
잊혀진다는 것만큼 참혹한건 없더라구
부질없지만,
가엾은 미련이라고 해두자
2007-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