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nbs이 월란
먹을거리를 사러 한국식품점에 갔다. 간식거리 선반 위에서 언뜻 곳감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난 저 곳감을 오늘 먹어보지 못하면 집에 가서 울화병이 날거란 생각이 들었다. 뭐든 첫눈에 반한건 손에 넣어야 후회가 없다. 시장보기를 하면서도 내내 카트안에서 날 골올리고 있는 곶감을 한번 베어먹고 싶어 안달이 났다. 차에 들어오자마자 곶감팩을 뜯어 헐레벌떡 한입 베어물었다. 배만 고프지 않으면 안먹고 살았으면 딱 좋겠다고 늘 생각하던 내게 웬 식탐!!! 난 곳감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많이 먹어본 기억도 없다.
무지 달콤하고 쫄깃쫄깃했다. 짝짝 씹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고향이 씹히고 있었다. 나무대문, 아버지의 선명한 문패, 화장실 옆 작은방의 연탄아궁이, 엄마의 아담했던 정원, 겨울이면 안방의 반을 고스란히 차지했던 탓에 들락거릴 때마다 걸리적거리던 이름모를 화초들, 시멘트로 발라진 부뚜막, 두 연탄 아궁이 중 한 아궁이에 코를 쳐박고 죽어갔던 해피라는 이름의 하얀 복슬강아지까지..... 개조되기 전의 어릴적 한옥의 모습이 샅샅이 씹히고 있었다.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뇌세포는, 가슴살은 얼마나 많은, 쓰잘데없는 기억들을 심어놓고, 키워내고 있는건지. 사이즈가 작은건 딱딱했다. 유통기한 날짜를 확인하는 내 시야가 이유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집한채를 다 씹어먹고 난 후에야 난 집에 도착했고 나머지를 꼭꼭 싸두었다. 두 세 개를 한꺼번에 먹어치웠다간 밥도 못먹을 판이다. 원래 건조식품들이 쪼그라진 부피로 사람을 얼마나 잘 기만하고 있는지 난 잘 알고 있다.
내일은 개조된 후의 집 한채를 씹어먹을 것이 분명했다.
&2007-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