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있다
이 월란
젖은 낙엽 위에 주저
앉아 울고 싶은 날 있다
눈 덮인 산들이 내 가슴 속으로 다
쳐들어와 한꺼번에 녹아내리고 있는 듯한 그런 날
펄떡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거리가
곧 “The End"라는 자막과 함께
사라질 영화의 끝장면처럼 보이는 그런 날
습기 없는 소나무 가지 위에 날아와
앉은 이름모를 새가
내일은 없어, 꿈을 버려
라고 지저귀는 듯한 그런 날
납빛 고원에 더 이상 태양이
솟아오르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날
초대받지 않은 모임에 얼굴을
디밀고 있는 듯한 그런 날
영원히 성충이 되지 못할거라는 선고를
받고도 쉼없이 꿈틀거리는 애벌레같은 그런 날
그래서
젖은 낙엽 위에 주저
앉아 목이 잠길 때까지 울고 싶은 그런
날 있다
2007-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