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鳶)
이 월란
날아가고 싶다
가보지 못한 저 길 위로
만져보지 못한 저 구름 위로
날아가고 싶다
잡히지 않는 저 파란 하늘 속에 숨어
가라앉은 세상을 파란 점 되어 내려다 보고 싶다
온종일 대나무 찍고
밤새워 창호지 붙여
새벽바람같은 날개 달아준 두 손
허망히 떨쳐버리고
난 날아가고 싶다
꿈꾸던 날개짓 황망히 붙들리고
산너머 무지개 좇아 부푼 마음 한순간에 쏟아버리는
돌돌 말린 저 얼레줄 다 풀리는 날
돌아눕는 바람결에 곤두박질 치는 날
그 날이 오늘만 같아
아교풀 자국 채 마르지 않은 저 두 손 뿌리치고
난 날아가고 싶다
돌 내려찍은 유리가루
부레녹인 연줄 끊어내고
감았다 풀고 풀었다 감는
겹겹이 다가오는 숨가쁜 전사의 눈빛
한겹 한겹 벗어버리고
날아가고 싶다
얼레에도 되감을 수 없는 시간
나를 부르는 어지러운 꽃바람에
두 눈 멀어
흩어지는 길 되어 돌아올 수 없다해도
인연의 줄
운명의 줄
처음부터 없던 그 곳으로
잠들지 않는 바람따라
훨훨
난
날아가고 싶다
2006-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