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이 월란
조르고 졸라 손에 쥔 노란풍선을 놓쳐버리고
하늘거리며 멀어지는 풍선따라 젖혀진 고개, 귓불 적시는 눈물방울
도시락 심부름 가다 엎어지고, 쏟아진 반찬들은 모래알을 빨갛게 물들이는데
둘러선 아이들의 알심의 눈빛으로 오르라들던 내 심장
화장실 벽엔 xxy같은 기호들 사이로 나의 이름 석자가
수학공식처럼 나열되어 있고
시험날 늦잠 잔 난 입을 옷을 찾지 못해 헐레벌떡 온 집안을 뒤지다
받아든 시험지는 백지
하얀 체육복 하의에 초경을 치르고 집으로 울며 달려간 내 짝꿍
뜨개질 하던 코바늘 쥐고 책상 치다가 손바닥 뚫고 들어간 코바늘
쌀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나에게 저녁차리라고 호령하시던 아버지
해는 저무는데 돌아오지 않는 엄마
갑자기 붕 떠버린 몸뚱이가 땅에 떨어진 것도 아닌데
투명 유리벽을 뚫고 현실로 내동댕이쳐졌다
눈을 떠,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그에게 전화를 하는데
표정없이 상큼한 교환의 목소리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결번이거나 없는 전화번호이니 다시 한번........뚜뚜뚜뚜.....>
2007-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