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
어제:
379
전체:
5,021,367

이달의 작가
2008.05.08 11:40

물 긷는 사람

조회 수 544 추천 수 5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물 긷는 사람


                                                            이 월란




오늘도 물을 긷는다

몸 안에 길어진 물은 늘 소리죽여 출렁이는 법을

눈치로 익혀온 터였다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밀물과 썰물이 태동을 시작하고

어느 새벽녘 끝내 바다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생과 사의 인력으로 감성과 이성이 맹렬히 파도타기를 하며

물목에서 쌈박질을 해대었고

때론 고즈넉한 수면에 어로선 한척 띄워질까

구천을 헤매이던 혼령 하나 모셔와

빈 등대에 앉혀 두고 푸닥거리 하는 무녀가 되었다가,

하루해가 동에서 서로 몸의 마디마디를

뱀의 혓바닥처럼 훑고 지나가면

해 떨어지는 수평선 따라 나란히 몸을 뉘였다

삶의 미련은 질기고 또 질겨

선잠 속에서조차 쏴아아 쏴아아 파도소리를 내었건만

삼킨 갈증은 쏟아지는 물살에 지워지지도 않고

눈 뜨면 바로 목이 타, 또 물을 길러 가는 사람

어느날이면 빈 등대를 박차고 나와 손 내밀 그 혼령따라

갈매기 가슴으로 날아갈 그 날까지          

                                              
                                                                                                                            2007-02-2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5 상상임신 4 이월란 2021.08.16 44
1024 야경 찍는 법 이월란 2021.08.16 53
1023 공항 가는 길 이월란 2021.08.16 53
1022 노을 5 이월란 2021.08.16 54
1021 마스크 이월란 2021.08.16 55
1020 오래된 가족 이월란 2021.08.16 57
1019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018 눈길 이월란 2021.08.16 59
1017 동백아가씨 이월란 2021.08.16 62
1016 창세기 다시보기 이월란 2021.08.16 63
1015 접속 이월란 2021.08.16 68
1014 홀수의 미학 이월란 2021.08.16 74
1013 토르소 이월란 2021.08.16 89
1012 입양아 이월란 2015.09.20 99
1011 바나나 속이기 이월란 2021.08.16 100
1010 클래스 바 (Class Barre) 이월란 2021.08.16 100
1009 야경 이월란 2015.03.30 106
1008 안녕, 눈동자 이월란 2021.08.16 109
1007 사각지대로 가 주세요 1 이월란 2016.09.08 110
1006 언니 이월란 2021.08.16 11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