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379
전체:
5,021,363

이달의 작가
2008.05.09 13:38

기억

조회 수 335 추천 수 2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기억


                                                                                              이 월란




네뚜리로 비벼진 현실은 낯선 타인의 눈빛으로 서 있었고 늘품 좋은 허망한 꿈만 싣고도 수유리 종점을 향해 덜컹대며 잘만 달리던, 빈 버스 뒷자석에서 흔들리던 육신. 무엇이 그리도 허망했으며 무엇이 그리도 절망스러웠으랴. 빈 몸뚱이 달랑 매고 기억을 수장시키며 천리길을 밟았을 때 내일을 모른다는 건 차라리 축복이었다.



산다는 건 날 향해 정면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 숨이 꺽꺽 넘어가더라도 다 마셔내야만 하는 바람. 바람세따라 돛을 달고 바람세따라 물결치며, 바람세 험상한 날 가루를 팔러 나가기도 했었지. 날 후려치고 가버린 바람, 한숨 돌리며 뒤돌아 볼 여유도 없어, 속도를 알 수 없는 새 바람은 지금도 불어닥치고 있음에. 남들처럼 똑똑치도 못해, 남들만큼 야무지지도 못해. 단 한번 피고 지는 세월의 꽃들을 겁도 없이 댕강댕강 꺾어내며 허망한 걸음들을 휘적이며 참, 의미도 없이 옮겨놓은 시간들. 다시 돌아간대도 똑같은 길을 걸어올 것을. 그 분이 준비하신 내 최상의 길임을 의심할 배짱도 이젠 남아있지 않은 내게



가끔은, 아주 가끔은 허망을 싣고 절망에 흔들리던 그 수유리 종점버스가 덜컹거리며 뿌연 홍진 일으켜 앞을 가리고 미물처럼 매어달린 하얀 성에꽃, 눈물만 방울 방울, 이슬이라 흘러 내렸지. 열꽃 흐드러지게 핀 이마 댄 차창 밖으로


                                                                                    2007-07-1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65 바이바이 스노우맨 이월란 2011.01.30 446
864 스키드 마크 이월란 2010.12.26 676
863 自慰 또는 自衞 이월란 2010.12.26 453
862 폐경 이월란 2010.12.26 459
861 투어가이 이월란 2010.12.26 442
860 한파 이월란 2010.12.26 385
859 세모의 꿈 이월란 2010.12.26 575
858 영혼 카드 이월란 2010.12.26 407
857 그리움이 이월란 2010.12.26 370
856 남편 죽이기 이월란 2010.12.26 456
855 B and B letter 이월란 2010.12.14 441
854 쓰레기차 이월란 2010.12.14 402
853 변기 위의 철학 이월란 2010.12.14 502
852 인형놀이 이월란 2010.12.14 421
851 전설의 고향 이월란 2010.12.14 444
850 지지 않는 해 이월란 2010.12.14 406
849 고백 이월란 2010.12.14 362
848 향기로운 부패 이월란 2010.11.24 413
847 마음 검색 이월란 2010.11.24 401
846 눈사람 이월란 2010.11.24 383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