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0
어제:
204
전체:
5,032,963

이달의 작가
2008.05.10 07:59

별리(別離)

조회 수 417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별리(別離)


                                                                    이 월란




한 때는 너와 나의 진실이었던,
그 안개같은 진실의 흔적이 안개걸음으로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말미잘같은 나의 몸을 뚫고 나와 멀어져가고 있다
담홍색 수밀도같은 사랑의 과즙이 뚝뚝 떨어져 내리던 무형의 거리
눈 멀도록 반사되어 오던 그 빛뭉치는 꿈길에 초점이 맞추어진
몽유 속 낭설이라 흩어지고 있다
내가 아닌 너의 모습만 담고 있던 아침의 거울은 쨍그랑 소리도 없이
한조각씩 깨어져나가고, 오-- 그런 날은 아침이 없었으면
저 무고한 해는 언제 저 먼 하늘을 다 둘러 볼 것이며
언제 지는 해가 되어 발 아래서 새 날을 빚어 올 것인가
난 오늘도 아침이 되지 못한다
차라리 아침 없이 저 눈부신 해가 중천에 붕 떠 버렸으면
노회할 줄 모르는 저 태양도 어쩌다 한번씩은 교활해졌으면
언질 한마디 없이 저버리는 꽃들을
화마같은 불덩이로 나를 달궈 놓고 눈짓 하나 없이 돌아설
이 염천을
진실을 등진 지구의 반란이라 누가 동정할 것인가
지나간 시간들의 알리바이는 더 이상 성립되지 않아
USB 나 플라피 디스크에도 저장되어 있지 못해
우리가 나누어 가진 구리빛 열쇠꾸러미들로는
이제 서로의 어떤 문도 열리지 않을 것을
나를 찾아 헤매는 길은 늘 이렇게 누군가의 몸을 관통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
또 언제나 끝으로 마주치는 해부되지 못할 맹목을 싣고 달리는
폐쇄된 수인선의 협궤열차 같은 것
간간이 역무원 없는 간이역에 발이 닿을 것이며
정시에 출발하는 고속열차에 또 다시 몸을 실려 보내고 말 것을
연착해버린 마음만 고스란히 남겨둔 채

                                                    
                                                                     2007-08-1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별리(別離) 이월란 2008.05.10 417
464 별 2 이월란 2008.05.10 267
463 변기 위의 철학 이월란 2010.12.14 502
462 벽 1 이월란 2008.05.10 290
461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월란 2008.12.04 314
460 범죄심리 이월란 2010.08.08 374
459 벌레와 그녀 이월란 2009.08.29 365
458 버뮤다 삼각지대 이월란 2009.06.01 584
457 버리지 못하는 병 이월란 2008.05.09 865
456 버러지 이월란 2010.01.29 397
455 백지 사막 이월란 2009.11.03 378
454 백일장 심사평 이월란 2008.05.10 286
453 백념(百念) 이월란 2008.09.03 299
452 배아 이월란 2010.07.19 433
451 배란기 이월란 2008.05.10 349
450 방황 이월란 2008.05.08 326
449 이월란 2008.05.10 236
448 밤의 정가(情歌) 이월란 2008.05.10 244
447 밤섬 이월란 2011.03.18 377
446 밤비행기 2 이월란 2009.08.29 425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