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98
어제:
225
전체:
5,032,907

이달의 작가
2008.05.10 07:59

별리(別離)

조회 수 417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별리(別離)


                                                                    이 월란




한 때는 너와 나의 진실이었던,
그 안개같은 진실의 흔적이 안개걸음으로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말미잘같은 나의 몸을 뚫고 나와 멀어져가고 있다
담홍색 수밀도같은 사랑의 과즙이 뚝뚝 떨어져 내리던 무형의 거리
눈 멀도록 반사되어 오던 그 빛뭉치는 꿈길에 초점이 맞추어진
몽유 속 낭설이라 흩어지고 있다
내가 아닌 너의 모습만 담고 있던 아침의 거울은 쨍그랑 소리도 없이
한조각씩 깨어져나가고, 오-- 그런 날은 아침이 없었으면
저 무고한 해는 언제 저 먼 하늘을 다 둘러 볼 것이며
언제 지는 해가 되어 발 아래서 새 날을 빚어 올 것인가
난 오늘도 아침이 되지 못한다
차라리 아침 없이 저 눈부신 해가 중천에 붕 떠 버렸으면
노회할 줄 모르는 저 태양도 어쩌다 한번씩은 교활해졌으면
언질 한마디 없이 저버리는 꽃들을
화마같은 불덩이로 나를 달궈 놓고 눈짓 하나 없이 돌아설
이 염천을
진실을 등진 지구의 반란이라 누가 동정할 것인가
지나간 시간들의 알리바이는 더 이상 성립되지 않아
USB 나 플라피 디스크에도 저장되어 있지 못해
우리가 나누어 가진 구리빛 열쇠꾸러미들로는
이제 서로의 어떤 문도 열리지 않을 것을
나를 찾아 헤매는 길은 늘 이렇게 누군가의 몸을 관통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
또 언제나 끝으로 마주치는 해부되지 못할 맹목을 싣고 달리는
폐쇄된 수인선의 협궤열차 같은 것
간간이 역무원 없는 간이역에 발이 닿을 것이며
정시에 출발하는 고속열차에 또 다시 몸을 실려 보내고 말 것을
연착해버린 마음만 고스란히 남겨둔 채

                                                    
                                                                     2007-08-1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5 철새는 날아가고 이월란 2008.05.10 275
244 바람의 교주 이월란 2009.10.24 275
243 지금 이대로 이월란 2012.04.10 275
242 눈길(雪路) 이월란 2008.05.10 274
241 여기는 D.M.Z. 이월란 2008.11.02 274
240 지우개밥 이월란 2008.12.02 274
239 충전 이월란 2008.12.19 274
238 CF* 단상 이월란 2009.01.15 274
237 시집살이 이월란 2009.04.05 274
236 춤추는 가라지 이월란 2009.04.09 274
235 빛꽃 이월란 2009.08.01 274
234 폭풍 모라꼿 이월란 2009.08.06 274
233 위선 이월란 2008.05.09 273
232 햇살 무작한 날엔 이월란 2008.05.09 273
231 실내화 이월란 2008.05.09 273
230 산불 이월란 2008.08.27 273
229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228 스팸메일 이월란 2009.01.07 273
227 출처 이월란 2009.04.21 273
226 산그림자 이월란 2008.05.10 272
Board Pagination Prev 1 ...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