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52
어제:
338
전체:
5,022,141

이달의 작가
2008.05.10 08:05

가을이 오면

조회 수 255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이 오면


                                                         이 월란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여기저기 멍든 옷을 꺼내 입을 것이다
잎자루에 멍울 선 안토시안을 머금고
홍엽처럼 울긋불긋 야단스레 앓을 것이며
허공의 진율에 몸서리치다
파란 심줄 솟도록 가지 붙든 손을 허망히 놓아버리고
몸을 낮추어 스산한 거리로 나 앉을 것이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떠나온 빈 가지 아래 님프(nymph)의 무리로 모여
매캐한 내음 사이로 몸을 태우기도 할 것이다
진 잎의 그을음에도 슬픔조차 바닥이 나면
가끔씩 찬 겨울 바람에 미리 몸을 팔기도 할 것이며
이미 가버린 이들의 정령을 생떼거리로 불러모아
하나 하나 다시 떠나보낼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허기진 인파에 떠밀려
그렇게 가을의 독산(禿山)을 비집고 오르면
또 하나, 계절의 강을 무사히 건너오리라
애상의 천탄을 첨벙첨벙 건너오리라


통변의 은사 없이도 내 참회의 기도는
갈잎의 쓰레질로 그렇게 갈걷이를 매듭 짓고
가을의 음산한 재앙을 무사히 넘어오리라
깨질 듯 청모한 가을 하늘 아래서
                                  
                                                         2007-8-1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5 가방 속으로 이월란 2010.01.04 489
984 가벼워지기 이월란 2010.04.13 406
983 가변 방정식 이월란 2009.12.20 339
982 가슴귀 이월란 2009.04.07 286
981 가슴에 지은 집 이월란 2009.01.02 308
980 가시 이월란 2010.08.08 376
979 가시나무새 이월란 2010.03.22 390
978 가시목 이월란 2008.05.10 385
977 가윗날 이월란 2008.09.13 221
976 가을 죽이기 이월란 2009.11.16 315
975 가을 혁명 이월란 2009.09.23 340
974 가을귀 이월란 2009.11.25 353
973 가을소묘 이월란 2008.05.10 296
972 가을의 뒷모습 이월란 2008.05.08 389
» 가을이 오면 이월란 2008.05.10 255
970 가을주정(酒酊) 이월란 2008.05.10 276
969 가지치기 이월란 2008.07.13 220
968 가짜 귀고리 이월란 2016.09.08 115
967 각角 이월란 2010.08.08 386
966 각주 좀 달지마라 이월란 2009.08.13 40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