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6
어제:
306
전체:
5,023,079

이달의 작가
2008.05.10 08:05

가을이 오면

조회 수 255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이 오면


                                                         이 월란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여기저기 멍든 옷을 꺼내 입을 것이다
잎자루에 멍울 선 안토시안을 머금고
홍엽처럼 울긋불긋 야단스레 앓을 것이며
허공의 진율에 몸서리치다
파란 심줄 솟도록 가지 붙든 손을 허망히 놓아버리고
몸을 낮추어 스산한 거리로 나 앉을 것이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떠나온 빈 가지 아래 님프(nymph)의 무리로 모여
매캐한 내음 사이로 몸을 태우기도 할 것이다
진 잎의 그을음에도 슬픔조차 바닥이 나면
가끔씩 찬 겨울 바람에 미리 몸을 팔기도 할 것이며
이미 가버린 이들의 정령을 생떼거리로 불러모아
하나 하나 다시 떠나보낼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허기진 인파에 떠밀려
그렇게 가을의 독산(禿山)을 비집고 오르면
또 하나, 계절의 강을 무사히 건너오리라
애상의 천탄을 첨벙첨벙 건너오리라


통변의 은사 없이도 내 참회의 기도는
갈잎의 쓰레질로 그렇게 갈걷이를 매듭 짓고
가을의 음산한 재앙을 무사히 넘어오리라
깨질 듯 청모한 가을 하늘 아래서
                                  
                                                         2007-8-1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5 형이상학의 본질 이월란 2010.07.19 519
984 헌혈카페 이월란 2010.06.07 472
983 허아비 이월란 2008.05.09 440
982 허물벗기 이월란 2009.04.05 294
981 향수(鄕愁) 이월란 2010.05.18 639
980 향기로운 부패 이월란 2010.11.24 413
979 행복한 무기수 이월란 2008.05.10 287
978 행복사냥 이월란 2008.05.09 354
977 행글라이더 이월란 2010.01.04 386
976 햇살 무작한 날엔 이월란 2008.05.09 273
975 해커 이월란 2009.04.22 291
974 해체 이월란 2010.09.06 381
973 해질무렵 이월란 2008.05.09 336
972 해바라기밭 이월란 2008.05.10 294
971 해동(解凍) 이월란 2009.01.13 308
970 합승 이월란 2010.05.18 337
969 함박눈 이월란 2008.12.17 299
968 할머니의 시간 이월란 2009.04.21 300
967 할로윈 나비 이월란 2010.11.24 395
966 한파 이월란 2010.12.26 38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