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3
어제:
176
전체:
5,020,834

이달의 작가
2008.05.10 08:05

가을이 오면

조회 수 255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이 오면


                                                         이 월란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여기저기 멍든 옷을 꺼내 입을 것이다
잎자루에 멍울 선 안토시안을 머금고
홍엽처럼 울긋불긋 야단스레 앓을 것이며
허공의 진율에 몸서리치다
파란 심줄 솟도록 가지 붙든 손을 허망히 놓아버리고
몸을 낮추어 스산한 거리로 나 앉을 것이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떠나온 빈 가지 아래 님프(nymph)의 무리로 모여
매캐한 내음 사이로 몸을 태우기도 할 것이다
진 잎의 그을음에도 슬픔조차 바닥이 나면
가끔씩 찬 겨울 바람에 미리 몸을 팔기도 할 것이며
이미 가버린 이들의 정령을 생떼거리로 불러모아
하나 하나 다시 떠나보낼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허기진 인파에 떠밀려
그렇게 가을의 독산(禿山)을 비집고 오르면
또 하나, 계절의 강을 무사히 건너오리라
애상의 천탄을 첨벙첨벙 건너오리라


통변의 은사 없이도 내 참회의 기도는
갈잎의 쓰레질로 그렇게 갈걷이를 매듭 짓고
가을의 음산한 재앙을 무사히 넘어오리라
깨질 듯 청모한 가을 하늘 아래서
                                  
                                                         2007-8-1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85 그리고 또 여름 이월란 2008.07.02 250
884 그리운 이에게 이월란 2010.09.20 526
883 그리운 자리 이월란 2010.01.29 388
882 그리움 이월란 2008.06.05 231
881 그리움 이월란 2008.11.19 247
880 그리움 2 이월란 2009.11.21 332
879 그리움 3 이월란 2009.11.25 301
878 그리움 4 이월란 2009.12.22 330
877 그리움 5 이월란 2010.04.23 364
876 그리움 7 이월란 2010.06.28 350
875 그리움이 이월란 2010.12.26 370
874 그림 이월란 2012.04.10 241
873 그림자 밟기 이월란 2008.05.09 307
872 그림자 숲 이월란 2010.08.08 452
871 그림자숲 이월란 2009.04.05 250
870 그립다 말하지 않으리 이월란 2008.05.08 385
869 근시안 이월란 2009.05.09 267
868 금단(禁斷) 이월란 2010.04.18 416
867 금단의 열매 이월란 2014.06.14 538
866 금치산녀 이월란 2009.08.29 503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