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09
어제:
213
전체:
5,033,467

이달의 작가
2008.05.10 08:13

어떤 하루

조회 수 293 추천 수 2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떤 하루


                                                                   이 월란




숫돌 위에서 막 몸을 뗀 칼날같은 빛이
이리저리 스치고 지나간 하루
3도 화상의 흉터가 아직도 타지 못한 빛을 삼켜내고 있다
눈부시다
살아가는 자국들이란
멈춘 듯 자라고 있는, 멈춘듯 시들고 있는 미세한 생명의 비늘
생살같은 시간들이 소신공양(燒身供養)을 올리듯
오늘도 한 뼘의 폐허를 일구어 놓고, 굳어지는
파충류의 껍질같은 생명의 무늬
한 순간은 흉가의 문짝처럼 너덜거리는 가슴을 붙들었고
한 순간은 그 따뜻한 목에 매달리고 싶은 광끼에 동조했지
그렇게 한 순간 발을 헛디뎌도 우린 확인되지 못하는 오답자
언제까지 소리도 없이 부를 수 있나
언제까지 날개도 없이 날아갈 수 있나
몹쓸 인연
방수되지 않은 몸은 HTML의 장맛비에 노출되어 있고
거지별 아래 걸머진 죄를 하역하며 어깃장 놓던 이단의 얼굴
구석기 시대를 꿈꾸는 하이퍼텍스트의 언어로
야반도주를 하던 가슴
시간의 간단명료한 행갈이에 베개를 고여 놓고
한 순간 마음의 주차 위반에 성실한 단속반이 되어
스스로 딱지를 뗀다
하루의 임종을 지켜낸 모진 단말마로        

                                    
                                        
                                                             2007-8-2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85 허물벗기 이월란 2009.04.05 294
684 우렁각시 이월란 2009.07.27 294
683 길치 이월란 2009.12.15 294
682 볼링장 이월란 2012.01.17 294
681 좋은 글 이월란 2008.05.09 295
680 세월도 때론 이월란 2008.05.10 295
679 진화 이월란 2009.11.11 295
678 염색 이월란 2011.05.10 295
677 마중물 이월란 2008.05.09 296
676 가을소묘 이월란 2008.05.10 296
675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674 나는 모릅니다 이월란 2008.05.10 297
673 디카 속 노을 이월란 2009.07.27 297
672 공항대기실 이월란 2008.05.09 298
671 꽃덧 이월란 2008.05.10 298
670 바람을 낳은 여자 이월란 2008.05.18 298
669 나에게 말 걸기 이월란 2008.06.24 298
668 바람의 혀 이월란 2008.10.21 298
667 기억의 방 이월란 2009.01.27 298
666 회향(懷鄕) 이월란 2008.05.09 299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