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
어제:
176
전체:
5,020,818

이달의 작가
2008.05.10 08:19

파도 2

조회 수 238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파도 <2>


                                                                                                                 이 월란




손으로 어질러 놓은 것들은 마음먹은 날, 토란잎처럼 깔끔하게 갈무리 되더라
가슴이 어질러 놓은 것들은 아무리 마음 먹어도, 낚시줄에 걸린 해초처럼 더 옭히기만 하더라


하늘의 눈빛으로 태어나 막 비로 내린 것들이
우툴두툴한 모퉁이산을 돌고 돌고 에돌아, 멀쩡한 사람들의 토사물을 싣고 바다로 뛰어들었다는데


얼마나 멀리 다녀오는걸까
얼마나 깊이 배어있다 오는걸까
얼마나 고요한 바닥에 가라앉았다 오는걸까
얼마나 외로운 섬들을 데리고 오는걸까
저리도 할 말이 쌓여 비명하며 오는 저것들아


전해주렴
그 그리운 것들을
그 서러운 것들을
그 덧없는 것들을


바다의 경전을 밤새 훑어온, 푸르게 핏발 선 눈두덩으로
노매(怒罵)한 바다의 말들을 죄다 토해 놓으렴
기억이 구르는 한 접어놓지 못할 심연의 아우성을
현기증 도는 부아통 남김없이 실어 오렴
벌건 대낮에 기어나온 저 미친 달아래


물거품으로 답하는 무정한 암벽아래 너마저 거품을 물고 스러지더라도
전해지지 않을, 오래 묵은 편지들을 말아쥐고 답신 없이 실신해버릴 내 몸 위로도
전해주고 가렴, 또다른 숨가쁜 사연은 또 저렇게 달려오는데
긁힌 두 팔 가득 가슴이 어질러놓은 것들을 움켜쥐고, 너마저 오열하며 복받쳐 오너라
푸르도록 푸르게
                                                        
                                                                                                                                                                                 2007-08-2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65 기회는 찬스다 이월란 2011.07.26 259
864 손끝 이월란 2008.05.10 260
863 푸른 우체국 이월란 2008.07.21 260
862 캄브리아기의 평화 이월란 2008.08.05 260
861 막장무대 이월란 2009.03.21 260
860 악플러 2 이월란 2011.05.10 260
859 生의 가녘 이월란 2008.05.10 261
858 사고다발지역 이월란 2009.05.30 261
857 파이널 이월란 2011.05.10 261
856 모래성 이월란 2012.01.17 261
855 포이즌(poison) 이월란 2008.08.30 262
854 터널 이월란 2011.05.31 262
853 불씨 이월란 2008.05.10 263
852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851 구신 들린 아이 이월란 2009.02.08 263
850 비밀 이월란 2009.03.21 263
849 엄마는 생각 중 이월란 2009.04.07 263
848 골탕 이월란 2009.07.27 263
847 수신확인 2 이월란 2009.10.11 263
846 궁상 이월란 2011.10.24 263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