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1
어제:
176
전체:
5,020,822

이달의 작가
2008.05.10 08:19

파도 2

조회 수 238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파도 <2>


                                                                                                                 이 월란




손으로 어질러 놓은 것들은 마음먹은 날, 토란잎처럼 깔끔하게 갈무리 되더라
가슴이 어질러 놓은 것들은 아무리 마음 먹어도, 낚시줄에 걸린 해초처럼 더 옭히기만 하더라


하늘의 눈빛으로 태어나 막 비로 내린 것들이
우툴두툴한 모퉁이산을 돌고 돌고 에돌아, 멀쩡한 사람들의 토사물을 싣고 바다로 뛰어들었다는데


얼마나 멀리 다녀오는걸까
얼마나 깊이 배어있다 오는걸까
얼마나 고요한 바닥에 가라앉았다 오는걸까
얼마나 외로운 섬들을 데리고 오는걸까
저리도 할 말이 쌓여 비명하며 오는 저것들아


전해주렴
그 그리운 것들을
그 서러운 것들을
그 덧없는 것들을


바다의 경전을 밤새 훑어온, 푸르게 핏발 선 눈두덩으로
노매(怒罵)한 바다의 말들을 죄다 토해 놓으렴
기억이 구르는 한 접어놓지 못할 심연의 아우성을
현기증 도는 부아통 남김없이 실어 오렴
벌건 대낮에 기어나온 저 미친 달아래


물거품으로 답하는 무정한 암벽아래 너마저 거품을 물고 스러지더라도
전해지지 않을, 오래 묵은 편지들을 말아쥐고 답신 없이 실신해버릴 내 몸 위로도
전해주고 가렴, 또다른 숨가쁜 사연은 또 저렇게 달려오는데
긁힌 두 팔 가득 가슴이 어질러놓은 것들을 움켜쥐고, 너마저 오열하며 복받쳐 오너라
푸르도록 푸르게
                                                        
                                                                                                                                                                                 2007-08-2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65 기다림 이월란 2008.05.09 328
864 기다림 2 이월란 2010.04.13 356
863 기다림에 대하여 이월란 2008.05.10 282
862 기다림이 좋아서 이월란 2010.03.22 417
861 기도 이월란 2009.07.29 272
860 기도 2 이월란 2009.11.21 331
859 기아바이 이월란 2009.02.14 384
858 기억 이월란 2008.05.09 335
857 기억과 사진 이월란 2010.05.21 369
856 기억색 이월란 2008.09.18 309
855 기억의 방 이월란 2009.01.27 298
854 기억의 방 이월란 2010.08.08 390
853 기억이 자라는 소리 이월란 2008.05.10 239
852 기우杞憂 이월란 2011.01.30 498
851 기적 이월란 2010.05.02 358
850 기회는 찬스다 이월란 2011.07.26 259
849 이월란 2010.07.09 411
848 길고양이 이월란 2009.12.03 401
847 길고양이 이월란 2014.05.28 348
846 길치 이월란 2009.12.15 294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