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183
전체:
5,020,441

이달의 작가
2008.05.10 08:22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조회 수 499 추천 수 3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 월란





어딘가에 발 닿으려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
하강하는 비행기는 나를 슬프게 한다
고향의 냄새에 지쳐 돌아오는 내게 웰컴 홈이라고 말하는
공항 직원의 푸른 눈빛은 나를 슬프게 한다
엄마가 아닌 3인칭으로 나를 지칭하는 아이들도
나를 슬프게 한다
자동응답기에 남겨진 나의 목소리가 내가 거북해 했던
그 페루 남자의 액센트를 닮아있다는 사실도 나를 슬프게 한다
운전하는 시간이 짧지 않건만 두 달이 넘도록
같은 음악만을 들어왔다는 사실도
하나님, 저 벌 주세요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는 사실도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가시 돋친 말만 헛씹고 있는 나도
기쁨은 남의 옷을 잠시 빌려 입은 것처럼 불편하기만 한데
차라리 슬픔 속에서 더욱 편안해 진다는 사실도
나를 슬프게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틈에서 사람이 그리워진다는 건
또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인가
해질녘이면 이유도 없이, 얼굴 파묻고 넘어가는 저 해처럼
나도 어딘가에 얼굴을 파묻고 싶어지는 것 또한 나를 슬프게 한다


                                                                      2007-08-10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65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510
»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월란 2008.05.10 499
863 미라 (mirra) 이월란 2008.05.10 293
862 사실과 진실의 간극 이월란 2008.05.10 322
861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월란 2008.05.10 341
860 이월란 2008.05.10 271
859 폭풍의 언덕 이월란 2008.05.10 385
858 무제(無題) 이월란 2008.05.10 317
857 바람아 이월란 2008.05.10 306
856 고통에 대한 단상 이월란 2008.05.10 277
855 해바라기밭 이월란 2008.05.10 294
854 손끝 이월란 2008.05.10 260
853 바람의 길 3 이월란 2008.05.10 264
852 마(魔)의 정체구간 이월란 2008.05.10 280
851 詩 2 이월란 2008.05.10 290
850 돌아서 가는 길은 이월란 2008.05.10 352
849 사는게 뭐래유? 이월란 2008.05.10 287
848 홍엽 이월란 2008.05.10 318
847 풍경이 건져 올리는 기억의 그물 이월란 2008.05.10 340
846 천(千)의 문 이월란 2008.05.10 306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