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
어제:
306
전체:
5,022,921

이달의 작가
2008.05.10 09:13

노안(老眼)

조회 수 245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노안(老眼)


                                                     이 월란




눈 맞춘 언어들이 아른아른 울고 있다
새겨진 표음(表音) 외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실눈으로 가늠해보지만 세파의 둔덕 위에서
잔물결만 타고 논다
가물거리던 삶의 윤곽은 이렇게 감지되고야 마는 것인가
눈물 없이도 울어야 하며
수정같이 맑은 날에도 막연?안개 자욱하여
집착으로 아프기만 했던 연줄
멀리 두어야 서로를 선명히 사랑할 수 있다고
망막의 초점은 가슴으로 내려 앉고야 말았다고
보이는 것에 더 이상 온몸을 의지할 수 없음은
위태로워짐은 정녕 아니리라
시선의 교란이 도리어 다독여주는
가슴의 문자는 더욱 선명하여짐에
육안의, 결코 반갑지 않은 이 신호는
꽃의 실루엣에 혹하지 말고
그림자처럼 따라 오는 음영의 향기에 취해야만
조율되어질 생의 비밀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는 것일까
파열음 하나 없이 흩어져버린 지난 날의 언어들
나의 체온으론 더 이상 데워지지도, 식혀지지도 않을
지상의 언어는 기어코 뜨거워진걸까, 차가워진걸까
유린당한 나의 시력은 지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지금
여전히 아무일 없다는 듯 서서히 굴절되고 있다
이제 눈으로 보지 않고
가슴으로 보아야 한다고

                                
                                                  2007-09-19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85 외출 이월란 2008.05.10 280
784 기억이 자라는 소리 이월란 2008.05.10 239
783 어느 아침 이월란 2008.05.10 246
782 미로캠 이월란 2008.05.10 309
781 미자르별이 푸르게 뜨는 날 이월란 2008.05.10 410
780 사랑 5 이월란 2008.05.10 287
779 당신꺼 맞지?--------------conte 시 이월란 2008.05.10 293
778 나를 건지다 이월란 2008.05.10 317
777 오늘, 그대의 삶이 무거운 것은 이월란 2008.05.10 328
776 벽 1 이월란 2008.05.10 290
775 손톱달 이월란 2008.05.10 323
774 바람의 뼈 이월란 2008.05.10 290
773 미워도 다시 한번 이월란 2008.05.10 393
772 그대, 시인이여 이월란 2008.05.10 281
771 눈 오는 날 1, 2 이월란 2008.05.10 326
770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5.10 364
769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573
768 인사이드 아웃 이월란 2008.05.10 416
767 꽃덧 이월란 2008.05.10 297
766 그 섬에 이월란 2008.05.10 287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