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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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09:13

노안(老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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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老眼)


                                                     이 월란




눈 맞춘 언어들이 아른아른 울고 있다
새겨진 표음(表音) 외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실눈으로 가늠해보지만 세파의 둔덕 위에서
잔물결만 타고 논다
가물거리던 삶의 윤곽은 이렇게 감지되고야 마는 것인가
눈물 없이도 울어야 하며
수정같이 맑은 날에도 막연?안개 자욱하여
집착으로 아프기만 했던 연줄
멀리 두어야 서로를 선명히 사랑할 수 있다고
망막의 초점은 가슴으로 내려 앉고야 말았다고
보이는 것에 더 이상 온몸을 의지할 수 없음은
위태로워짐은 정녕 아니리라
시선의 교란이 도리어 다독여주는
가슴의 문자는 더욱 선명하여짐에
육안의, 결코 반갑지 않은 이 신호는
꽃의 실루엣에 혹하지 말고
그림자처럼 따라 오는 음영의 향기에 취해야만
조율되어질 생의 비밀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는 것일까
파열음 하나 없이 흩어져버린 지난 날의 언어들
나의 체온으론 더 이상 데워지지도, 식혀지지도 않을
지상의 언어는 기어코 뜨거워진걸까, 차가워진걸까
유린당한 나의 시력은 지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지금
여전히 아무일 없다는 듯 서서히 굴절되고 있다
이제 눈으로 보지 않고
가슴으로 보아야 한다고

                                
                                                  200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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