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9
어제:
183
전체:
5,020,480

이달의 작가
2008.05.10 11:45

그대, 시인이여

조회 수 281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대, 시인이여


                                                                                                     이 월란




가졌다는 건 무엇인가
0(空)이 더 많이 달린 통장이 캐비닛의 몇 째 서랍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반짝이는 콩알만한 보석들이 들어 있는 은행 비밀창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
어디 어디의 땅과 어디 어디 빌딩의 소유문서가 들어 있는 금고를 열 줄 안다는 것
약간 더 폭신한 시트에 엉덩이를 잠시 더 붙여 둘 수 있다는 것
약간 더 기름진 음식을 더 자주 씹어 넘길 수 있다는 것


그대 시인이여
온 세상 밝히는 저 쏟아지는 햇살을 헤아릴 수 있는 두 손이여
어둠 속에서 지상 최고의 값진 보석보다 더 반짝이는 저 별들의 속삭임을 듣는 두 귀여
꽃 피는 소리에 웃을 수 있고 꽃 지는 소리에 눈물 반짝일 수 있는 두 눈망울이여
바람의 날개를 달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섬에 앉았다 구름 위에 앉을 수 있는 두 발이여


그대, 얼마나 값진 것을 가졌는가
가지 않은 길이 아쉬워 절망하는가
똑같은 고통의 얼굴이 다른 표정으로 다가설 것을
가지 못한 길이 부러워 불행하다 하는가
똑같은 비운의 손님이 다른 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그대, 가지지 못한 이여. 이 세상을 다 가진 가슴으로
행려자의 소맷자락처럼 너풀거리며 사라져가는 오늘 이 시간을
깨어 있자
용서 하자
사랑 하자
                                                              
                                                                                               2008-02-1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5 그냥 두세요 이월란 2008.05.09 275
904 그네 이월란 2008.05.10 227
903 그녀 이월란 2010.02.12 354
902 그녀는 동거 중 이월란 2009.05.12 443
901 그녀에게* 이월란 2008.11.30 267
900 그녀의 리뷰 이월란 2011.05.10 338
899 그녀의 펌프질 이월란 2009.04.17 527
898 그는 지금, 이월란 2012.08.17 398
897 그늘 이월란 2011.04.09 386
896 그대 내게 있음에 이월란 2008.05.09 303
895 그대 없이 그대를 사랑하는 일은 이월란 2010.03.30 722
» 그대, 시인이여 이월란 2008.05.10 281
893 그대가 머문 자리 이월란 2011.05.31 915
892 그대가 바람이어서 이월란 2010.07.19 618
891 그대가 오는 길 이월란 2010.11.24 565
890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510
889 그대의 신전 이월란 2010.08.22 427
888 그들은 이월란 2008.05.08 435
887 그런 날 있다 이월란 2008.05.08 386
886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이월란 2008.05.09 31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