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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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11:45

그대, 시인이여

조회 수 284 추천 수 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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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시인이여


                                                                                                     이 월란




가졌다는 건 무엇인가
0(空)이 더 많이 달린 통장이 캐비닛의 몇 째 서랍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반짝이는 콩알만한 보석들이 들어 있는 은행 비밀창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
어디 어디의 땅과 어디 어디 빌딩의 소유문서가 들어 있는 금고를 열 줄 안다는 것
약간 더 폭신한 시트에 엉덩이를 잠시 더 붙여 둘 수 있다는 것
약간 더 기름진 음식을 더 자주 씹어 넘길 수 있다는 것


그대 시인이여
온 세상 밝히는 저 쏟아지는 햇살을 헤아릴 수 있는 두 손이여
어둠 속에서 지상 최고의 값진 보석보다 더 반짝이는 저 별들의 속삭임을 듣는 두 귀여
꽃 피는 소리에 웃을 수 있고 꽃 지는 소리에 눈물 반짝일 수 있는 두 눈망울이여
바람의 날개를 달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섬에 앉았다 구름 위에 앉을 수 있는 두 발이여


그대, 얼마나 값진 것을 가졌는가
가지 않은 길이 아쉬워 절망하는가
똑같은 고통의 얼굴이 다른 표정으로 다가설 것을
가지 못한 길이 부러워 불행하다 하는가
똑같은 비운의 손님이 다른 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그대, 가지지 못한 이여. 이 세상을 다 가진 가슴으로
행려자의 소맷자락처럼 너풀거리며 사라져가는 오늘 이 시간을
깨어 있자
용서 하자
사랑 하자
                                                              
                                                                                               200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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