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건지다
이 월란
오늘은 나를 건져내려 합니다
저 뜨거운 길 위에서 얼어붙은 발목을 움직이려 합니다
동상에 걸린 발끝은 늘 미치도록 가렵습니다
오늘은 데인 가슴을 식히려 합니다
거즈에 붙은 살가죽은 더 이상 나의 몸이 아니라고
피 한 방울 흘릴 줄 모릅니다
오늘은 나를 건져내려 합니다
말간 유리벽 너머에 고통의 환약 한 알씩 삼키며
나를 진단하고 나를 처방하며
절망의 집을 짓던 나의 두 손을 이제 멈추려 합니다
구부러진 못을 태연히도 박으며
헛망치질에 하얀 손톱으로 심장의 피들이 몰려왔을 때
난 깨달았습니다 나를 건져내야 한다고
꿈의 누더기를 줄지어 걸어 놓던 부박한 영혼의 집을 무너뜨리고
넝마같은 거짓기도의 방석을 갈기갈기 찢으려 합니다
아기주먹만한 함박눈이 하얗게 몸을 찢고 하얗게 피 흘리며
창마다 몸을 던져 죽어가는 이런 눈부신 밤에는
환각의 늪에 제웅처럼 빠져드는 나를
이제 건져내려 합니다
추방 당한 하얀 천사들의 조문객이 되겠습니다
2008-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