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9
어제:
225
전체:
5,032,788

이달의 작가
2008.05.10 12:35

등 굽은 여자

조회 수 360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등 굽은 여자


                                                                        이 월란




아직, 등 굽을 나이도 아닌 이목구비 고운 그 여자
등이 살짝 굽었다
애써 기억하지 않아도 생각의 바닥을 슬쩍 굽혀 놓고
그녀의 해정한 시선까지 슬쩍 휘어 놓던
인식 밖에 아득히 휘어진 곡선
직립의 동물을 곧추 세우는 소위 척추다
그래서 대낮에 그녀를 보아도 살짝 엎드린 그녀의 등마루 위로
저물지도 않은 하늘가에 붉어지는 노을 한조각 보였던가
걸어왔을 아득한 길 저쪽, 경사 느린 언덕쯤에
그녀의 헉헉대는 어린 숨소리가 들렸던가
아무도 묻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던
그녀의 굽은 등 뒤에서
중년을 넘기도록 도대체 몇 마디나 하고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과묵한 그녀의 남편
부피가 없는 얇은 휴대전화 너머에서
술기운 빌어 인생과 세월을 안주 삼아 살짝 울먹이고 있었다
<우리 와이프, 계모 밑에서 자랐죠
어린 시절 무거운 등짐에 허리 한번 못펴고 살았다네요>
지금은 몇 손가락에 꼽히는 사업가가 되어
허리도 펴고 목에 힘주어도 되는 지금도
어린 등뼈가 휘청거렸을 때마다 뒤뚱뒤뚱 패였을 그 발자국들로
아직 소녀같은 고운 웃음가에 패이는 볼우물에도
눈물이 빗물처럼 고여오겠다
마른땅이 젖어 오겠다
              
                              
                                                                     2008-01-20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45 그녀 이월란 2010.02.12 354
444 불가사의(不可思議) 이월란 2008.05.08 355
443 과연, 이월란 2010.05.30 355
442 기다림 2 이월란 2010.04.13 356
441 안나푸르나 이월란 2010.05.30 356
440 걱정인형 이월란 2009.12.03 357
439 기적 이월란 2010.05.02 358
438 타인 이월란 2008.05.08 359
437 소낙비 이월란 2008.05.09 359
436 자식 2 이월란 2010.11.24 359
435 장원급제 이월란 2008.05.08 360
» 등 굽은 여자 이월란 2008.05.10 360
433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이월란 2009.11.11 360
432 이월란 2010.02.12 360
431 사이버 게임 이월란 2011.10.24 360
430 나의 사람아 이월란 2008.05.10 361
429 플라톤의 옷장 이월란 2012.01.17 361
428 겨울약속 이월란 2008.05.08 362
427 손목에서 맥박처럼 뛰고 있는데 이월란 2008.05.10 362
426 촛불잔치 이월란 2008.05.10 362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