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7
어제:
276
전체:
5,025,489

이달의 작가
2008.05.10 13:14

머핀 속의 사랑

조회 수 240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머핀 속의 사랑


                                                                                           이 월란




환갑이 가까워 올 듯한 그는 늘 단정한 소년같다
이혼을 하고 혼자 미국으로 왔다는 그의 좁은 어깨 위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지금은 그와 동거 중일 우수가 익숙한 자세로 걸터 앉아 있다
당뇨가 심해져, 정해진 시간에 약처럼 제조된 음식들을 고이 고이 삼키던 그가
오늘은 꽃종이에 싸인, 자기 눈동자만한 머핀 하나를 건네 준다
<내 미래의 와이프, 걸프렌드가 만든거야>
그 자랑스러움이 정말 밉지 않다
그처럼 단정히 생겼을 그의 여자가, 자기의 남자를 위해 만들었을
그 흔한 장식 하나 없이, 입맛 당기는 당분 한 줌 흘려넣지 않고
고 작은 머핀 속에 버무려 넣었을 덤덤한 진가루같은 사랑이 너무나 달콤해서
무던한 맹꽁이같은 그 맛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갓난아이 주먹 보다도 더 작은 이 머핀 속에
온누리의 사랑이 몽땅 그녀의 열손가락 사이로 녹아들었을 것 같아서
한 입에 쏙 들어가고도 남을 앙증맞은 그 머핀을
열 번쯤 아껴 아껴 베어 물었다
우리가 목메어 부르던, 허기져 헤매던 그 사랑은
이토록 꾸밈없으며, 이토록 작으며, 이토록 밍밍하고 싱거워서
그젠 지나쳐 버렸고, 어젠 외면해 버렸고, 오늘은 무시해버린
이 작은 머핀 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2008-05-0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5 그대가 머문 자리 이월란 2011.05.31 915
1024 버리지 못하는 병 이월란 2008.05.09 865
1023 비행기를 놓치다 이월란 2012.01.17 841
1022 로또 사러 가는 길 이월란 2011.12.14 742
1021 요코하마 이월란 2011.05.31 740
1020 미드라이프 크라이시스 이월란 2009.01.02 731
1019 그대 없이 그대를 사랑하는 일은 이월란 2010.03.30 722
1018 사유事由 이월란 2008.05.09 715
1017 레드 벨벳 케잌 이월란 2010.10.29 715
1016 외로운 양치기 이월란 2010.05.25 701
1015 F와 G 그리고 P와 R 이월란 2010.09.20 683
1014 스키드 마크 이월란 2010.12.26 676
1013 공갈 젖꼭지 이월란 2012.02.05 663
1012 강촌행 우등열차 이월란 2010.06.07 662
1011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010 고양이에게 젖 먹이는 여자 이월란 2008.05.10 652
1009 날씨 검색 이월란 2010.11.24 652
1008 향수(鄕愁) 이월란 2010.05.18 639
1007 애모 이월란 2008.05.07 635
1006 눈먼자의 여행 이월란 2010.01.29 63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