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7,430
어제:
28,435
전체:
6,077,970

이달의 작가
2008.05.10 13:14

머핀 속의 사랑

조회 수 410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머핀 속의 사랑


                                                                                           이 월란




환갑이 가까워 올 듯한 그는 늘 단정한 소년같다
이혼을 하고 혼자 미국으로 왔다는 그의 좁은 어깨 위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지금은 그와 동거 중일 우수가 익숙한 자세로 걸터 앉아 있다
당뇨가 심해져, 정해진 시간에 약처럼 제조된 음식들을 고이 고이 삼키던 그가
오늘은 꽃종이에 싸인, 자기 눈동자만한 머핀 하나를 건네 준다
<내 미래의 와이프, 걸프렌드가 만든거야>
그 자랑스러움이 정말 밉지 않다
그처럼 단정히 생겼을 그의 여자가, 자기의 남자를 위해 만들었을
그 흔한 장식 하나 없이, 입맛 당기는 당분 한 줌 흘려넣지 않고
고 작은 머핀 속에 버무려 넣었을 덤덤한 진가루같은 사랑이 너무나 달콤해서
무던한 맹꽁이같은 그 맛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갓난아이 주먹 보다도 더 작은 이 머핀 속에
온누리의 사랑이 몽땅 그녀의 열손가락 사이로 녹아들었을 것 같아서
한 입에 쏙 들어가고도 남을 앙증맞은 그 머핀을
열 번쯤 아껴 아껴 베어 물었다
우리가 목메어 부르던, 허기져 헤매던 그 사랑은
이토록 꾸밈없으며, 이토록 작으며, 이토록 밍밍하고 싱거워서
그젠 지나쳐 버렸고, 어젠 외면해 버렸고, 오늘은 무시해버린
이 작은 머핀 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2008-05-0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7 詩똥 2 이월란 2008.05.16 481
436 물처럼 고인 시간 이월란 2008.05.16 432
435 푸코의 말 이월란 2008.05.14 489
434 태양꽃 이월란 2008.05.13 481
433 제2시집 휴거 이월란 2008.05.12 612
432 레퀴엠(requiem) 이월란 2008.05.10 458
431 분수(分水) 이월란 2008.05.10 454
430 제2시집 사이클론 이월란 2008.05.10 493
429 걸어다니는 옷 이월란 2008.05.10 474
428 그네 이월란 2008.05.10 430
427 생즉원(生卽願), 생즉원(生卽怨) 이월란 2008.05.10 467
» 머핀 속의 사랑 이월란 2008.05.10 410
425 제2시집 가등 이월란 2008.05.10 596
424 제2시집 통성기도 이월란 2008.05.10 631
423 제2시집 미음드레 이월란 2008.05.10 666
422 진실게임 2 이월란 2008.05.10 474
421 사람의 바다 이월란 2008.05.10 431
420 배란기 이월란 2008.05.10 491
419 엄만 집에 있어 이월란 2008.05.10 540
418 언약 이월란 2008.05.10 421
Board Pagination Prev 1 ...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