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
어제:
183
전체:
5,020,457

이달의 작가
2008.06.10 13:02

주머니 속의 죽음

조회 수 335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주머니 속의 죽음



                                                              이 월란




주머니 속에 죽음을 넣고 다닌 적이 있다
매일 밤 잠들 때마다 내 옆에 죽음이 누워 있었고
어느 날 자다 말고 일어나 그 한 조각을 떼어 두었었다
(죽음은 한 조각으로도 온전한 기능을 발휘한다)
생각보다 그리 무겁지 않았다, 그 무겁다는 죽음이
주머니가 좀 보기 흉하게 쳐질 정도였다
온종일 만지작거렸다
때론 젖었고, 때론 젖은 것을 닦아내면서
징을 박아 이제 막 떨어져나온 바윗조각 같았다
한면은 칼 같아서 내 손가락을 베었고
거칠게 박힌 파편들은 내 손등을 긁었고
모서리마다 돋은 가시는 손톱 밑을 찔렀다
며칠을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익히고
몇 달을 넣고 다니며 조물락거렸더니
언제부터인가 시냇물 아래 졸졸 숨쉬는 조약돌처럼
손 안에서 익숙하게 놀기 시작했다
그리곤 자꾸만 작아지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주머니 속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내 몸 속으로 사라진 것이 틀림없다
한번씩 살갗을 오톨도톨 밀고 나오기도 하며
서걱거리는 돌멩이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무심한 혈관을 타고 매끈한 죽음조각 하나
담석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2008-06-10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25 푸코의 말 이월란 2008.05.14 318
724 물처럼 고인 시간 이월란 2008.05.16 258
723 詩똥 2 이월란 2008.05.16 279
722 죄짐바리 이월란 2008.05.17 290
721 바람을 낳은 여자 이월란 2008.05.18 298
720 낙조(落照) 이월란 2008.05.20 272
719 청맹과니 이월란 2008.05.26 276
718 격자무늬 선반 이월란 2008.05.27 341
717 부음(訃音) 미팅 이월란 2008.05.28 293
716 비섬 이월란 2008.05.30 283
715 홈리스 (homeless) 이월란 2008.05.31 268
714 당신, 꽃이 피네 이월란 2008.06.04 270
713 그리움 이월란 2008.06.05 231
712 꽃, 살아있음 이월란 2008.06.07 235
711 둥둥 북소리 이월란 2008.06.08 338
710 핏줄 이월란 2008.06.10 242
» 주머니 속의 죽음 이월란 2008.06.10 335
708 비의 목소리 이월란 2008.06.11 277
707 수신확인 이월란 2008.06.15 205
706 P.T.O. 이월란 2008.06.19 211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