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죽음
이 월란
주머니 속에 죽음을 넣고 다닌 적이 있다
매일 밤 잠들 때마다 내 옆에 죽음이 누워 있었고
어느 날 자다 말고 일어나 그 한 조각을 떼어 두었었다
(죽음은 한 조각으로도 온전한 기능을 발휘한다)
생각보다 그리 무겁지 않았다, 그 무겁다는 죽음이
주머니가 좀 보기 흉하게 쳐질 정도였다
온종일 만지작거렸다
때론 젖었고, 때론 젖은 것을 닦아내면서
징을 박아 이제 막 떨어져나온 바윗조각 같았다
한면은 칼 같아서 내 손가락을 베었고
거칠게 박힌 파편들은 내 손등을 긁었고
모서리마다 돋은 가시는 손톱 밑을 찔렀다
며칠을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익히고
몇 달을 넣고 다니며 조물락거렸더니
언제부터인가 시냇물 아래 졸졸 숨쉬는 조약돌처럼
손 안에서 익숙하게 놀기 시작했다
그리곤 자꾸만 작아지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주머니 속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내 몸 속으로 사라진 것이 틀림없다
한번씩 살갗을 오톨도톨 밀고 나오기도 하며
서걱거리는 돌멩이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무심한 혈관을 타고 매끈한 죽음조각 하나
담석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2008-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