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5
어제:
183
전체:
5,020,606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6.12 13:06

아침의 이별

조회 수 253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침의 이별


                                                             이 월란





환한 아침의 이별은 목놓아 울지 않습니다
아침을 빚으신 이여
오늘은 나의 해를 거두시고
어둠을 미리 가져다 놓으셔도 좋겠습니다


살육당한 가슴 위에
당신의 손을 얹으시고
인생이 어찌 이별 뿐이겠냐고
당신의 선하신 경전을 마저 읽게 하셔도 좋겠습니다


고통은 연단이라
전설 속의 성자들을 오늘 하루 온전히 흉내내게 하시고
내일의 휘장 앞에 흔들리는 촛불의 희원
섣부르지 않게 하시며
눈물 젖은 신발을 벗어 이제 말리라 하셔도 좋겠습니다


불끈거리는 이별의 통한마저 이제
막 발굴된 유물처럼 가끔 돌아와 들여다보는
기억의 창고 안에서만 함초롬 빛나게 하시고
이별의 목덜미를 붙들고 사랑을 가늠치 않게 하옵소서


슬픔의 피란지를 너머
드난살이로 비굴해진 심장을 오늘 하루 멎게 하시고
오늘 하루 나를 건너 가셔도 좋겠습니다
생소한 아침이 익어가는 저 햇살창변에
숨겨둔 허상을 심으라 하셔도 좋겠습니다


빛으로 개종한 어둠의 신앙은
더 이상 절망을 받들지 않습니다
마지막 황겁한 순간은 오직 당신과의 이별이라
마침내 두 손 모으라 하셔도 좋겠습니다
온 생의 무섬을 한꺼번에 몰아오시는 날
그제야 두렵다 하겠습니다
그제야 이 허심한 결별을 잊어도 좋겠습니다

                                
                                                        2008-06-1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1 제2시집 붉은 남자 이월란 2008.07.04 352
470 그리고 또 여름 이월란 2008.07.02 250
469 우리, 언제부터 이월란 2008.07.01 330
468 제2시집 노을 2 이월란 2008.06.26 204
467 Soap Opera* 증후군 이월란 2008.06.25 231
466 나에게 말 걸기 이월란 2008.06.24 298
465 제2시집 목걸이 이월란 2008.06.24 483
464 제2시집 비손 이월란 2008.06.21 205
463 이월란 2008.06.20 195
462 P.T.O. 이월란 2008.06.19 211
461 제2시집 그곳엔 장마 이월란 2008.06.18 241
460 제2시집 그리움의 제국 이월란 2008.06.17 227
459 해동(解凍) 이월란 2009.01.13 308
45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457 수신확인 이월란 2008.06.15 205
456 제2시집 포효 이월란 2008.06.13 242
» 제2시집 아침의 이별 이월란 2008.06.12 253
454 비의 목소리 이월란 2008.06.11 277
453 주머니 속의 죽음 이월란 2008.06.10 335
452 핏줄 이월란 2008.06.10 242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