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0
어제:
306
전체:
5,022,923

이달의 작가
2008.06.10 13:02

주머니 속의 죽음

조회 수 335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주머니 속의 죽음



                                                              이 월란




주머니 속에 죽음을 넣고 다닌 적이 있다
매일 밤 잠들 때마다 내 옆에 죽음이 누워 있었고
어느 날 자다 말고 일어나 그 한 조각을 떼어 두었었다
(죽음은 한 조각으로도 온전한 기능을 발휘한다)
생각보다 그리 무겁지 않았다, 그 무겁다는 죽음이
주머니가 좀 보기 흉하게 쳐질 정도였다
온종일 만지작거렸다
때론 젖었고, 때론 젖은 것을 닦아내면서
징을 박아 이제 막 떨어져나온 바윗조각 같았다
한면은 칼 같아서 내 손가락을 베었고
거칠게 박힌 파편들은 내 손등을 긁었고
모서리마다 돋은 가시는 손톱 밑을 찔렀다
며칠을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익히고
몇 달을 넣고 다니며 조물락거렸더니
언제부터인가 시냇물 아래 졸졸 숨쉬는 조약돌처럼
손 안에서 익숙하게 놀기 시작했다
그리곤 자꾸만 작아지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주머니 속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내 몸 속으로 사라진 것이 틀림없다
한번씩 살갗을 오톨도톨 밀고 나오기도 하며
서걱거리는 돌멩이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무심한 혈관을 타고 매끈한 죽음조각 하나
담석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2008-06-10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25 할로윈 나비 이월란 2010.11.24 395
724 당신 이월란 2008.05.07 394
723 꽃샘추위 이월란 2008.05.08 393
722 미워도 다시 한번 이월란 2008.05.10 393
721 날씨, 흐림 이월란 2010.05.30 393
720 당신은 늘 내 몸에 詩를 쓴다 이월란 2008.11.26 390
719 사랑의 지도 이월란 2009.05.09 390
718 시스루룩(see through look)의 유물 이월란 2009.07.27 390
717 가시나무새 이월란 2010.03.22 390
716 기억의 방 이월란 2010.08.08 390
715 가을의 뒷모습 이월란 2008.05.08 389
714 샤갈의 窓 이월란 2009.01.22 389
713 밀수제비 이월란 2009.12.31 389
712 당신의 봄 이월란 2009.07.29 388
711 아멘족 2 이월란 2010.01.07 388
710 그리운 자리 이월란 2010.01.29 388
709 바느질 이월란 2008.05.08 387
708 손을 내밀어요 이월란 2008.05.09 387
707 그런 날 있다 이월란 2008.05.08 386
706 제로섬(zero-sum) 이야기 이월란 2008.05.10 386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