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1
어제:
176
전체:
5,020,822

이달의 작가
2008.06.10 13:02

주머니 속의 죽음

조회 수 335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주머니 속의 죽음



                                                              이 월란




주머니 속에 죽음을 넣고 다닌 적이 있다
매일 밤 잠들 때마다 내 옆에 죽음이 누워 있었고
어느 날 자다 말고 일어나 그 한 조각을 떼어 두었었다
(죽음은 한 조각으로도 온전한 기능을 발휘한다)
생각보다 그리 무겁지 않았다, 그 무겁다는 죽음이
주머니가 좀 보기 흉하게 쳐질 정도였다
온종일 만지작거렸다
때론 젖었고, 때론 젖은 것을 닦아내면서
징을 박아 이제 막 떨어져나온 바윗조각 같았다
한면은 칼 같아서 내 손가락을 베었고
거칠게 박힌 파편들은 내 손등을 긁었고
모서리마다 돋은 가시는 손톱 밑을 찔렀다
며칠을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익히고
몇 달을 넣고 다니며 조물락거렸더니
언제부터인가 시냇물 아래 졸졸 숨쉬는 조약돌처럼
손 안에서 익숙하게 놀기 시작했다
그리곤 자꾸만 작아지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주머니 속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내 몸 속으로 사라진 것이 틀림없다
한번씩 살갗을 오톨도톨 밀고 나오기도 하며
서걱거리는 돌멩이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무심한 혈관을 타고 매끈한 죽음조각 하나
담석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2008-06-10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5 히키코모리 이월란 2011.03.18 396
1024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45
1023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1022 흔적 이월란 2008.08.28 282
1021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1020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019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85
1018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70
1017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01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015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014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013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1012 흐르는 섬 이월란 2009.01.15 278
1011 흐르는 뼈 이월란 2008.12.09 302
1010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37
1009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7
1008 횡설수설 악플러-----영혼말이 이월란 2008.11.18 193
1007 횟집 어항 속에서 이월란 2008.10.07 570
1006 회향(懷鄕) 이월란 2008.05.09 29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