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7
어제:
133
전체:
5,032,236

이달의 작가
2008.11.01 13:37

낙엽을 읽다

조회 수 244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낙엽을 읽다


                                                              이월란



둥지 버린 깃털처럼 두 손 놓고 춤을 추는데
절정을 넘어온 페이지 한 장 넘어가듯 한숨 한 줄기 놓지 못하고
모음에서 분리된 자음 하나 떨어지는데


저 잉걸빛 추락을
하얀 눈처럼 읽을까
말간 비처럼 읽을까
비린 바람처럼 읽을까


스물스물 내리는 안개의 몸짓으로
입안 가득 내리는 영혼의 소리, 갈걷이 하듯
떠나간 사랑으로 읽을까
잊혀진 기억으로 읽을까


기름을 가득 채운 중고차 한 대 부웅 떠난 뒤
버려져 뒹구는 한 장의 영수증처럼, 이젠 남김없이 값을 치러낸
세월의 정찰가격이 선명히 새겨진, 바싹 마른 이별
물구나무 선 세상이 통째로 흔들리던 다갈색 하늘 아래
저리 부드러운 칼날에도 여린 모가지 함부로 베이겠다


지칠 줄 모르는 자귀질로 몸을 덜어내는 저 답답증
언청이의 벌어진 두 입술 사이로 발음 휘휘 새듯
또 한 순간의 결핍으로 마모되어가는 생의 지문처럼
나무는 날개를 버린다, 성하의 목청을 버린다
외진 곳의 저 고요한 폭로를 난 아직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
생의 비밀은
한 잎 한 잎 눈앞에서 누설되고 있는데

                                                          2008-11-0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25 전당포 이월란 2011.10.24 487
924 오려두기와 붙여넣기 이월란 2009.07.27 486
923 안개와 바이러스 이월란 2010.01.23 486
922 평행선 이월란 2008.05.08 485
921 이별예감 이월란 2008.05.09 482
920 푸른 물고기 이월란 2010.09.26 482
919 이 남자 3 5 이월란 2016.09.08 482
918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 이월란 2008.05.09 481
917 로봇의 눈동자 이월란 2009.09.19 478
916 바람에 대한 오해 이월란 2009.10.21 477
915 이브의 사과 이월란 2009.10.29 477
914 새야새야파랑새야 이월란 2010.07.09 477
913 여름산 이월란 2010.08.22 477
912 묘지의 시간 이월란 2010.09.06 477
911 누드展 이월란 2010.04.18 476
910 비꽃 이월란 2008.05.09 475
909 낯선 곳에 가면 이월란 2010.05.18 475
908 아멘족 1 이월란 2010.01.07 473
907 냉정과 열정 사이 이월란 2009.09.12 472
906 호감 이월란 2008.05.09 47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