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
어제:
184
전체:
5,020,648

이달의 작가
2008.11.01 13:37

낙엽을 읽다

조회 수 244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낙엽을 읽다


                                                              이월란



둥지 버린 깃털처럼 두 손 놓고 춤을 추는데
절정을 넘어온 페이지 한 장 넘어가듯 한숨 한 줄기 놓지 못하고
모음에서 분리된 자음 하나 떨어지는데


저 잉걸빛 추락을
하얀 눈처럼 읽을까
말간 비처럼 읽을까
비린 바람처럼 읽을까


스물스물 내리는 안개의 몸짓으로
입안 가득 내리는 영혼의 소리, 갈걷이 하듯
떠나간 사랑으로 읽을까
잊혀진 기억으로 읽을까


기름을 가득 채운 중고차 한 대 부웅 떠난 뒤
버려져 뒹구는 한 장의 영수증처럼, 이젠 남김없이 값을 치러낸
세월의 정찰가격이 선명히 새겨진, 바싹 마른 이별
물구나무 선 세상이 통째로 흔들리던 다갈색 하늘 아래
저리 부드러운 칼날에도 여린 모가지 함부로 베이겠다


지칠 줄 모르는 자귀질로 몸을 덜어내는 저 답답증
언청이의 벌어진 두 입술 사이로 발음 휘휘 새듯
또 한 순간의 결핍으로 마모되어가는 생의 지문처럼
나무는 날개를 버린다, 성하의 목청을 버린다
외진 곳의 저 고요한 폭로를 난 아직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
생의 비밀은
한 잎 한 잎 눈앞에서 누설되고 있는데

                                                          2008-11-0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낙엽을 읽다 이월란 2008.11.01 244
550 단행본 이월란 2008.10.31 208
549 제3시집 내부순환도로 이월란 2008.10.30 365
548 부화(孵化) 이월란 2008.10.29 237
547 피사체 이월란 2008.10.28 271
546 인사동 아리랑 이월란 2008.10.27 419
545 어둠숨쉬기 이월란 2008.10.26 225
544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월란 2008.10.25 366
543 견공 시리즈 욕(견공시리즈 109) 이월란 2011.09.09 287
542 견공 시리즈 말(견공시리즈 110) 이월란 2011.09.09 314
541 이월란 2008.10.24 281
540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539 제3시집 공항대기실 2 이월란 2008.10.22 722
538 바람의 혀 이월란 2008.10.21 298
537 밤꽃 파는 소녀 이월란 2008.10.20 489
536 제3시집 세월 2 이월란 2008.10.20 212
535 심문 이월란 2008.10.18 239
534 환승 이월란 2008.10.17 279
533 세상을 끌고 가는 차 이월란 2008.10.16 277
532 첫눈 이월란 2008.10.15 234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