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월란
모종의 행사를 위해 열 일곱 송이 코르사주를 만든 후 남
은 일곱 송이 장미를 안개다발 속에 꽂아 두었다. 잠시 한
눈을 팔다 언뜻 보니 만들 때 봉오리였던 것들이 반 시 간
만에 활짝 피어있다.
<무 궁 화 꽃 이 피 었 습 니, 다!> 하고 돌아보면 손을
잡고 걸어오다 딱! 멈춰버렸던 어린친구들의 모습처럼.
사각사각 피어나다가도 자판을 두들기다 획! 쳐다보면
시침 떼고 멀뚱히 쳐다보는 저 꽃들.
무
궁
화
꽃
이
피
었
습
니
다
!
10초를 헤아리며 자분자분 피어나는, 음창벌레처럼 의뭉
스런 저 세월꽃들.
 2008-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