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2
어제:
180
전체:
5,032,261

이달의 작가
2008.11.01 13:37

낙엽을 읽다

조회 수 244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낙엽을 읽다


                                                              이월란



둥지 버린 깃털처럼 두 손 놓고 춤을 추는데
절정을 넘어온 페이지 한 장 넘어가듯 한숨 한 줄기 놓지 못하고
모음에서 분리된 자음 하나 떨어지는데


저 잉걸빛 추락을
하얀 눈처럼 읽을까
말간 비처럼 읽을까
비린 바람처럼 읽을까


스물스물 내리는 안개의 몸짓으로
입안 가득 내리는 영혼의 소리, 갈걷이 하듯
떠나간 사랑으로 읽을까
잊혀진 기억으로 읽을까


기름을 가득 채운 중고차 한 대 부웅 떠난 뒤
버려져 뒹구는 한 장의 영수증처럼, 이젠 남김없이 값을 치러낸
세월의 정찰가격이 선명히 새겨진, 바싹 마른 이별
물구나무 선 세상이 통째로 흔들리던 다갈색 하늘 아래
저리 부드러운 칼날에도 여린 모가지 함부로 베이겠다


지칠 줄 모르는 자귀질로 몸을 덜어내는 저 답답증
언청이의 벌어진 두 입술 사이로 발음 휘휘 새듯
또 한 순간의 결핍으로 마모되어가는 생의 지문처럼
나무는 날개를 버린다, 성하의 목청을 버린다
외진 곳의 저 고요한 폭로를 난 아직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
생의 비밀은
한 잎 한 잎 눈앞에서 누설되고 있는데

                                                          2008-11-0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25 페치가의 계절 이월란 2008.05.10 253
924 퍼즐 이월란 2009.04.21 289
923 패디큐어 (Pedicure) 이월란 2008.05.10 328
922 팔찌 이월란 2010.02.15 384
921 판토마임 이월란 2008.05.08 405
920 판게아 이월란 2011.04.09 416
919 파이널 이월란 2011.05.10 261
918 파도 2 이월란 2008.05.10 238
917 틈새 이월란 2008.05.10 282
916 투어가이 이월란 2010.12.26 442
915 투명한 거짓말 이월란 2008.10.11 250
914 투명인간 이월란 2009.07.29 319
913 통화 중 이월란 2009.07.29 318
912 통싯간 이월란 2010.01.13 440
911 통곡의 벽 이월란 2014.06.14 242
910 토르소 이월란 2021.08.16 89
909 토끼와 거북이 이월란 2010.06.12 535
908 테스트 이월란 2009.11.16 353
907 털털교실 이월란 2010.02.21 406
906 터널 이월란 2011.05.31 26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