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07
어제:
225
전체:
5,032,816

이달의 작가
2008.12.04 13:44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조회 수 314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월란




나도 나를 늘 <우리>라고 불러왔다
혼자서 장을 보러 갈 때도
<우리 이제 장보러 갈까?>라고 내게 물었듯이
나도 나를 언제나 <우리>라고 불러왔다
탈출하듯 달려와 낯선 방문을 열 때마다 나보다 먼저 뛰어와
짐 풀고 있던 또 다른 나를 기억하기에
벌써부터 감지된 절망의 장면 속으로 일찌감치 마중 나가
미리 눈물을 흘려주고 있던 나를 두려워 하기에
무저갱의 불꽃 속에서 붉은 춤을 추던 두 발을
설국같은 천국의 정원에서 삐걱거리던 흔들의자를
나는 여전히 서러워 하기에
또 다른 나는 가능한 한 실종당했다, 불필요한 장면처럼
제3국어의 악센트처럼 몽상적이었고
모국어의 자막이 없어도 될 만큼 대본은 과감히 삭제되었다
군데군데 난해한 장면들이 배앓이를 불러오기도 하는
내 생의 필름이 <The End>를 알리기 전에
전생과 후생 같은 두 개의 삶을 이중생활의 묘한 뉘앙스로
비틀어버린 생의 통역을 알뜰히 배우며
아득한 슬픔의 발원지를, 따뜻한 눈물의 진원지를
그녀에게 모두 전가시킨다
죽어버린 베로니카에게
살아있는 베로니카에게

                                                              2008-12-03



*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감독의 영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5 가을 죽이기 이월란 2009.11.16 315
424 꽃불 이월란 2011.05.10 315
423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이월란 2008.05.09 314
422 잔상(殘像) 이월란 2008.05.09 314
»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월란 2008.12.04 314
420 회귀 이월란 2011.09.09 314
419 회유(回游) 이월란 2008.05.09 313
418 갱신(更新) 이월란 2008.05.09 313
417 사람, 꽃 핀다 이월란 2008.05.10 313
416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은퇴예배 이월란 2008.05.10 313
415 지구병원 이월란 2009.09.19 313
414 전화 이월란 2009.12.31 313
413 중간 화석 이월란 2011.09.09 313
412 디스토마 이월란 2009.08.06 312
411 차라리 이월란 2008.05.08 311
410 사랑 1 이월란 2008.05.09 311
409 만삭 이월란 2009.02.04 311
408 어둠의 입 이월란 2009.06.10 311
407 광복64주년기념 낭송축시 이월란 2009.08.25 311
406 불치병 이월란 2008.05.08 310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