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4
어제:
259
전체:
5,026,076

이달의 작가
2008.12.19 14:18

둥근 집

조회 수 264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둥근 집


                                                                                           이월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공처럼 몸을 둥글려 더 이상 생명이 아닌 듯 염소똥처럼, 매끈한 돌멩이처럼 죽은 시늉으로 나를 기만하던 쥐며느리 한 마리. 언제 저 일곱 개의 가슴마디 풀어질까, 기다리다, 기다리다 밥 먹으란 엄마의 고함소리 둔기처럼 먼저 쳐들어와>


-독한 겁쟁이 같으니라구
-움직이는 순간 널 처단하고 말겠다


한 때, 내가 알을 슬어 둥글고도 단단하게 부풀어 올랐던 나의 배처럼
그런 둥글고도 단단한 집 한 채 갖고 싶다
물렁해진 땅 위에서도 두 손 모으면 손바닥이 서늘하도록 딴딴히 여문 씨방 같아
아무도 멈출 수 없는 그리움의 수액이 도는 곳
아무도 부술 수 없는 적막한 뼈대가 자라는 곳
듣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팔딱팔딱 생명이 살 오르는 곳


그렇게 얼굴 묻고 입술 깨물고 싶은 날
내 몸을 둥글게 말고 기어들어가 우윳빛 양수 속에 갇힐 수 있은 곳
끈적끈적 헤엄칠 수 있는 방수된 둥근 집
허리 굽혀 불 지피지 않아도, 체온만으로도 따뜻한 집
하루의 문을 정확히 열어야만 하는 지상의 집 안에서
한 번씩 나의 몸은 자꾸만 말린다
둥글게 둥글게 배밀이를 한다

                                                                                               2008-12-1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5 그런 날 있다 이월란 2008.05.08 386
324 제로섬(zero-sum) 이야기 이월란 2008.05.10 386
323 gocks들 이월란 2009.06.10 386
322 행글라이더 이월란 2010.01.04 386
321 각角 이월란 2010.08.08 386
320 그늘 이월란 2011.04.09 386
319 칭기즈칸 이월란 2013.05.24 386
318 바느질 이월란 2008.05.08 387
317 손을 내밀어요 이월란 2008.05.09 387
316 당신의 봄 이월란 2009.07.29 388
315 아멘족 2 이월란 2010.01.07 388
314 그리운 자리 이월란 2010.01.29 388
313 가을의 뒷모습 이월란 2008.05.08 389
312 샤갈의 窓 이월란 2009.01.22 389
311 밀수제비 이월란 2009.12.31 389
310 당신은 늘 내 몸에 詩를 쓴다 이월란 2008.11.26 390
309 사랑의 지도 이월란 2009.05.09 390
308 시스루룩(see through look)의 유물 이월란 2009.07.27 390
307 가시나무새 이월란 2010.03.22 390
306 기억의 방 이월란 2010.08.08 390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