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집
이월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공처럼 몸을 둥글려 더 이상 생명이 아닌 듯 염소똥처럼, 매끈한 돌멩이처럼 죽은 시늉으로 나를 기만하던 쥐며느리 한 마리. 언제 저 일곱 개의 가슴마디 풀어질까, 기다리다, 기다리다 밥 먹으란 엄마의 고함소리 둔기처럼 먼저 쳐들어와>
-독한 겁쟁이 같으니라구
-움직이는 순간 널 처단하고 말겠다
한 때, 내가 알을 슬어 둥글고도 단단하게 부풀어 올랐던 나의 배처럼
그런 둥글고도 단단한 집 한 채 갖고 싶다
물렁해진 땅 위에서도 두 손 모으면 손바닥이 서늘하도록 딴딴히 여문 씨방 같아
아무도 멈출 수 없는 그리움의 수액이 도는 곳
아무도 부술 수 없는 적막한 뼈대가 자라는 곳
듣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팔딱팔딱 생명이 살 오르는 곳
그렇게 얼굴 묻고 입술 깨물고 싶은 날
내 몸을 둥글게 말고 기어들어가 우윳빛 양수 속에 갇힐 수 있은 곳
끈적끈적 헤엄칠 수 있는 방수된 둥근 집
허리 굽혀 불 지피지 않아도, 체온만으로도 따뜻한 집
하루의 문을 정확히 열어야만 하는 지상의 집 안에서
한 번씩 나의 몸은 자꾸만 말린다
둥글게 둥글게 배밀이를 한다
2008-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