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목욕탕
이월란
가난하지도 부하지도 않은 대청마루 가득
잔치음식들이 난리 난 듯 펼쳐지면
꼬까옷 한 번 더 꺼내보고
해거름에 손 붙들고 온 식구가 공중목욕탕으로 갔지
명절아침엔 동사무소에서 때검사를 하러 다니는걸까
알몸의 여자들이 피카소의 그림처럼 엉겨붙은 한증막
그 땐 일인용 수도꼭지 하나 없었던 미개한 쿠어하우스였어
카라칼라 황제 앞에 벌거벗은 우민들처럼
생욕의 수로를 따라 지은, 단연 열사의 감옥이었어
물 한바가지 겨우 퍼 오는데
벌겋게 달아오른 어미나신들의 악다구니로도
단 하루 명절의 설레임은 그렇게 비누거품처럼 부풀었지
무수한 평일에 찌든 몸살을 뽀득뽀득 벗겨내며
때때옷을 입을 때때몸을 열나게 만들어야 했지
때, 때, 때, 때를 벗겨가며
사람은 다 <때>가 있는 법이거든
2008-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