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지은 집
이월란
뚝딱뚝딱 못질 한 소리 새어나오지 않았다. 공고히도 기초를 닦은 가슴의 바닥은 얼마나 깊은 걸까. 비 오면 젖어주고 눈 오면 발 시려도 바람의 무릎이 꺾여 흔들리지 않는 집. 밥 짓는 뽀얀 연기 한 줌으로도 당신과 나, 종일토록 배고프지 않다. 벽 없는 기억의 방들이 세포처럼 자라고 가상의 안부를 묻는 푸른 편지 수시로 날아드는 집, 주소가 없다. 어혈에 박힌 내시경같은 창마다 늙지 않는 풍경이 산다. 당신의 밤과 나의 해가 공생하는 옥개 아래 수시로 몸을 포개어도 차마 어둠이 오지 않는 집. 허물어도 허물어지지 않아 내가 허물어져야 하는 속절없이 높은 지붕은 오늘도 별들의 은어를 수신하는데.
2008-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