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의 가을
이월란
계절의 계단을 뛰어내려 올 때마다
씨받지 못한 생명도 수유를 기다리듯
가슴이 멍울처럼 아파
아랫배로 흐르는 세월의 진통을
받아 낼 준비는 아직 서툴러
처음도, 마지막도 익히지 못한
계집아이의 순결한 눈망울도
늙마의 진실한 입술도 아직 닮지 못해
모로 누운 능선마다, 철철
넘쳐흐르는 시간의 고백
비음 섞인 바람막이 너머
저 익숙한 히스테리로
동두천 포주의 한서린 넋으로
못내 노을지는 아랫도리
나지의 자궁을 갈라 놓은
가을은 아직도 생리 중
2008-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