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이월란
소포 두 개를 부쳤다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우체국에서, 같은 주소, 같은 UPS*로
정확히 이틀 후 감사의 메일을 받았다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며칠 후 또 다른 감사의 메일이 왔다
두 번째 소포를 받으셨다는 것이다
첫 번째 메일이 왔을 때, 당연히 두 개의 소포를 받으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출발지와 목적지가 같은 두 개의 포장은 당연히 같은 길을 갈 줄 알았다
마땅히 똑같은 운명이리라 여겼다
두 개의 포장으로 나뉜 하나의 운명은
별 개의 손을 거쳐, 각기 다른 트럭에 실렸고
각기 다른 비행기를 탔을까
천국에서 마주대할 너와 나의 운명도 이같을까
손 붙들고 갈 수 없는 별개의 포장처럼
내 손에서 똑같이 떠났어도 별개의 루트를 거쳐
서로 다른 날, 같은 목적지에 도달한 두 개의 소포처럼
2008-12-24
* UPS : United Parcel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