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80
어제:
306
전체:
5,023,093

이달의 작가
2008.12.19 14:18

둥근 집

조회 수 264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둥근 집


                                                                                           이월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공처럼 몸을 둥글려 더 이상 생명이 아닌 듯 염소똥처럼, 매끈한 돌멩이처럼 죽은 시늉으로 나를 기만하던 쥐며느리 한 마리. 언제 저 일곱 개의 가슴마디 풀어질까, 기다리다, 기다리다 밥 먹으란 엄마의 고함소리 둔기처럼 먼저 쳐들어와>


-독한 겁쟁이 같으니라구
-움직이는 순간 널 처단하고 말겠다


한 때, 내가 알을 슬어 둥글고도 단단하게 부풀어 올랐던 나의 배처럼
그런 둥글고도 단단한 집 한 채 갖고 싶다
물렁해진 땅 위에서도 두 손 모으면 손바닥이 서늘하도록 딴딴히 여문 씨방 같아
아무도 멈출 수 없는 그리움의 수액이 도는 곳
아무도 부술 수 없는 적막한 뼈대가 자라는 곳
듣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팔딱팔딱 생명이 살 오르는 곳


그렇게 얼굴 묻고 입술 깨물고 싶은 날
내 몸을 둥글게 말고 기어들어가 우윳빛 양수 속에 갇힐 수 있은 곳
끈적끈적 헤엄칠 수 있는 방수된 둥근 집
허리 굽혀 불 지피지 않아도, 체온만으로도 따뜻한 집
하루의 문을 정확히 열어야만 하는 지상의 집 안에서
한 번씩 나의 몸은 자꾸만 말린다
둥글게 둥글게 배밀이를 한다

                                                                                               2008-12-1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5 디스토마 이월란 2009.08.06 312
324 등 굽은 여자 이월란 2008.05.10 360
323 뒷모습 이월란 2008.05.09 380
322 둥둥 북소리 이월란 2008.06.08 338
» 둥근 집 이월란 2008.12.19 264
320 두부조림 이월란 2011.07.26 419
319 동태엄마 이월란 2010.02.15 500
318 동일인물 이월란 2008.05.10 247
317 동시 7편 이월란 2008.05.09 443
316 동백아가씨 이월란 2021.08.16 62
315 동백 아가씨 이월란 2014.10.22 421
314 동물원을 베고 누운 고릴라 이월란 2015.09.20 187
313 동문서답 이월란 2010.10.29 558
312 돌아온 탕자 이월란 2009.07.27 269
311 돌아서 가는 길은 이월란 2008.05.10 352
310 돌부리 이월란 2008.05.08 385
309 돌보석 이월란 2009.04.17 353
308 독종 이월란 2009.09.19 287
307 독립기념일 이월란 2010.11.24 364
306 도시인 이월란 2010.05.18 362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