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8
어제:
225
전체:
5,032,797

이달의 작가
2009.04.14 13:13

염(殮)

조회 수 321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염(殮)



이월란(09/04/13)




시상(詩想) 위에 올린 시신을 씻긴다. 자주색 육판화가 피는 육신의 시월, 풍장에 살아남은 사프란의 암술머리로 구석구석을 씻긴다. 키처럼 정지된 일상 속에 숨쉬듯 자라던 손발톱을 잘라 조발낭에 담고 추억의 바람에 흩날리던 머리칼, 한 올 한 올 섬기듯 주워모아 곤두선 기억을 마저 재운다. 한지에 싸인 얼굴 위로 끝끝내 퇴고되지 못할 흘림체로 갈겨 쓴 이목구비가 수려하다. 과거를 하얗게 표백한 수의가 반듯하다. 종이로 만든 신을 신기고 열십자로 묶은 추상(追想), 소멸로 향하는 걸음 걸음이 찬연하다. 수눅처럼 곱은 핏줄마다 자라던 지평선을 늘이고 늘여 발등에 새기면, 너에게로 가는 길. 그리움의 관도 육신처럼 물컹하다. 뚜껑에 못을 박을 때마다 출렁이는 근육, 돌아보는 눈빛 속에 축문을 새긴다. 부활은 없어요, 라고. 펄럭이는 다홍천 명정 아래 언덕 위로 차오르는 눈부신 빈례행렬, 다시 내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5 눈밭 이월란 2008.05.08 324
464 나 이제 사는 동안 이월란 2008.05.09 324
463 꽃, 거리의 시인들 이월란 2008.05.10 324
462 브레인스토밍 이월란 2010.02.12 324
461 시차(時差) 이월란 2008.05.10 323
460 너에게 갇혀서 이월란 2008.05.10 323
459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월란 2008.05.10 323
458 손톱달 이월란 2008.05.10 323
457 약속 없는 나라 이월란 2009.11.21 323
456 이월란 2008.05.08 322
455 간장종지 이월란 2008.05.09 322
454 사실과 진실의 간극 이월란 2008.05.10 322
453 여행의 방식 이월란 2009.08.25 322
452 찬밥 이월란 2008.11.26 321
» 염(殮) 이월란 2009.04.14 321
450 세대차 이월란 2009.11.21 321
449 눈물의 미학 이월란 2008.05.09 320
448 무거운 숟가락 이월란 2008.11.23 320
447 E.R. 하나님 이월란 2009.06.06 320
446 투명인간 이월란 2009.07.29 319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