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1
어제:
338
전체:
5,022,040

이달의 작가
2009.05.04 13:03

詩, 그 허상 앞에

조회 수 300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詩, 그 허상 앞에



이월란(09/04/30)




내 스스로
시를 쓰는 건 병이라 했다
주검같은 싸늘한 이마 위에 입술을 찍듯, 백지 위에 활자를 찍어대는 건 병이라 했다


공방에 쳐진 하얀 휘장같은 종이 위에 피를 토하듯 마음을 토해놓는 건
그저 병이라 했다


차고도 넘치는, 상온에선 부패하기 쉬운 생각을 보관하기 위해 종일 온몸이 시려야하는


티끌만한 독설로도 치사량이 되어버리는 詩의 몸을 연명하기 위해
되려 詩의 몸을 파먹고 사는,


이젠 더 이상의 출혈도 없이 투명한 피가 흐르는 전신에 눈부신 옷을 입혀두고
공허한 끝말잇기 놀이에 지쳐 잠든 내 허상 앞에


검증받지 못할 면죄부의 기록으로 오늘도 투숙해버린
내 침묵의 날이여
오늘도 거저 왔다 거저 가는가
하여


환청같은 산울림 한 가닥마저 바람이 걷어가 버린 모랫벌 위에
상처를 새겨 두는 건 그저 병이라 했다


결코 닿지 않을 지평선을 향해
시리고도 푸른 사막의 파도를 짓는 건 분명 병이라 했다


감정의 포로가 되어
한 겹 한 겹 족쇄를 풀 듯 인연의 사슬을 마저 짓고마는
그런 병이라 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 가슴에 지은 집 이월란 2009.01.02 308
44 가슴귀 이월란 2009.04.07 286
43 가변 방정식 이월란 2009.12.20 339
42 가벼워지기 이월란 2010.04.13 406
41 가방 속으로 이월란 2010.01.04 489
40 가나다라 천사 이월란 2013.05.24 419
39 詩의 체중 이월란 2009.11.25 319
38 詩의 벽 이월란 2010.04.05 407
37 詩똥 2 이월란 2008.05.16 279
36 詩4 이월란 2008.11.25 237
35 詩3 이월란 2008.11.25 242
» 詩, 그 허상 앞에 이월란 2009.05.04 300
33 詩 6 이월란 2009.12.15 293
32 詩 5 이월란 2009.12.15 277
31 詩 2 이월란 2008.05.10 290
30 이월란 2008.05.10 271
29 이월란 2011.05.10 257
28 自慰 또는 自衞 이월란 2010.12.26 453
27 生의 가녘 이월란 2008.05.10 261
26 이월란 2008.06.20 195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