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1
어제:
276
전체:
5,025,503

이달의 작가
2009.05.12 13:30

연인

조회 수 276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연인



이월란(09/05/08)




때론 귀 없는 네게 열 마디, 백 마디의 말을 속삭이는 것은
서로의 목청이 되려 함이라
때론 입이 없는 네게 간 맞춘 유즙을 넣어 주는 것은
서로의 눈 앞에서 이제 막 눈뜬 신생아가 되려 함이라
해지면 돌아올 서로의 뒷모습을 가끔씩 돌아보는 것은
시간이 멈추었을 때조차 기억으로 남는 추상이 되려 함이라


세상이 시릴 때마다
냄새로 산란지를 찾아가는 눈맑은 연어처럼 서로의 체온 속에 알을 품는 것은
서로의 기원이 되려 함이라
원형반지같은 둥근 지붕 아래 내일이면 허물어질 둥지를 치는 것은
어둠의 칙령이 해치 못할 서로의 맹세가 되려 함이라


순간의 빛이 되어 서로의 몸을 수정처럼 통과하는 것은
서로의 광채가 되려 함이라
때론 빛의 칼처럼 서로의 가슴을 절단하기도 하는 것은
숨겨진 한 다발씩의 프리즘으로 살아있는 보석을 세공하는
서로의 장인이 되려 함이라
서로의 열망이 뒤엉켜 폭풍으로 몰아쳐올 때조차
잡은 손 놓치 못하는 것은 서로의 기념비를 세우는 빈터가 되려 함이라


서로의 자기장으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나비가 되려 함이라
여든여덟 개의 건반으로 두드려질 서로의 피아노가 되려 함이라
서로에게 다시 편집되길 원하는 오래 묵은 서적이 되려 함이라
서로의 창세기가 되려 함이라


바람도 쉬어가는 서로의 기슭을 따라 나란히 노을 아래 걸어가는 것은
서로의 내력이 되려 함이라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5 둥근 집 이월란 2008.12.19 264
704 둥둥 북소리 이월란 2008.06.08 338
703 뒷모습 이월란 2008.05.09 380
702 등 굽은 여자 이월란 2008.05.10 360
701 디스토마 이월란 2009.08.06 312
700 디아스포라의 바다 이월란 2008.09.06 219
699 디카 속 노을 이월란 2009.07.27 297
698 딸기방귀 이월란 2010.04.05 455
697 땅을 헤엄치다 이월란 2014.10.22 205
696 떠 보기 이월란 2011.12.14 254
695 떠난다는 것 이월란 2011.09.09 268
694 또 하나의 얼굴 이월란 2008.05.08 414
693 똥개시인 이월란 2009.04.07 254
692 똥파리 이월란 2009.06.17 328
691 뜨거운 기억 이월란 2009.03.21 253
690 라식 이월란 2009.02.03 269
689 라일라* 이월란 2008.12.19 253
688 레드 벨벳 케잌 이월란 2010.10.29 715
687 레모네이드 이월란 2008.05.09 364
686 레퀴엠(requiem) 이월란 2008.05.10 227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