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8
어제:
245
전체:
5,032,512

이달의 작가
2009.06.06 12:30

위기의 여자

조회 수 488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위기의 여자




이월란(09/06/03)




교정에 핀 샐비어가 너무 붉어서 교실로 가지 못했었지
이앓이같은 사랑쯤 쏙 빼버리고도 인생을 씹어삼키는데 하등 불편이 없었지
한식과 양식을 최음제처럼 교묘히 섞어 환각의 식단을 차려놓고
인디언의 이두박근처럼 솟아오르는 생의 심줄을 먹여살리던
오늘의 세트장은 잠수교처럼 떠 있는데
죽음으로든 삶으로든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플러그를 꽂아
목숨을 담보로라도, 빛이라도 관통해보고 싶었지
상체와 하체는 의젓하게 맞붙어 있어 오늘의 모니터링도 운좋게 통과야
오늘의 포즈도 그럴 듯 했다고 (존재란 만들어지는 것)
더욱 숙련된 내일의 연기를 위해
속눈썹처럼 파르르 떨리는 결핍증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일랑
태생이 형벌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일랑 이 순간부터 효능 만기야
그저 수시로 일어나는 예외일 뿐인, 시간 밖에서 서성이는 저기 저 여자
사고의 흐름에 뛰어든 자를 찾아 헤매어도
일정한 체온으로 눕고 일어나 모호한 부호처럼 떠 있다  
기어코 가라앉고 있는 무거운 섬이 되었지
팔은 날고 싶어 했고 발은 뛰고 싶어 했지
비밀한 영역을 숨쉬고 싶어 했던 가슴은 인간시장을 배회하고 있지만
나를 속이고 남을 기만하는 꿈은 아직도 설계 중이야
있지도 않고 없지도 못하는 위기의 여자
헐거워지는 장부같은 전신에 언어의 빔을 감아 끼우고
누운 시간들을 밟고 지나온 자리마다 꽃같은 환지통 피어있어
늪과 대지의 징검다리가 흔들리면
한 발이 디디고 선 우울한 본성, 또 다른 한 발이 디딘 환희의 순간
발이 많았음 좋겠다고, 수직의 시간들이 눕고 있음에도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5 그대가 머문 자리 이월란 2011.05.31 915
1024 버리지 못하는 병 이월란 2008.05.09 865
1023 비행기를 놓치다 이월란 2012.01.17 841
1022 로또 사러 가는 길 이월란 2011.12.14 742
1021 요코하마 이월란 2011.05.31 740
1020 미드라이프 크라이시스 이월란 2009.01.02 732
1019 그대 없이 그대를 사랑하는 일은 이월란 2010.03.30 722
1018 사유事由 이월란 2008.05.09 715
1017 레드 벨벳 케잌 이월란 2010.10.29 715
1016 외로운 양치기 이월란 2010.05.25 701
1015 F와 G 그리고 P와 R 이월란 2010.09.20 683
1014 스키드 마크 이월란 2010.12.26 676
1013 공갈 젖꼭지 이월란 2012.02.05 663
1012 강촌행 우등열차 이월란 2010.06.07 662
1011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010 고양이에게 젖 먹이는 여자 이월란 2008.05.10 653
1009 날씨 검색 이월란 2010.11.24 652
1008 향수(鄕愁) 이월란 2010.05.18 639
1007 애모 이월란 2008.05.07 635
1006 눈먼자의 여행 이월란 2010.01.29 63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