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6
어제:
177
전체:
5,020,424

이달의 작가
2009.06.10 14:00

비렁뱅이 어사또

조회 수 531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비렁뱅이 어사또



이월란(09/06/09)




프리웨이 출구마다 심심하면 등장하는 걸인 같지 않은 거지들을 볼 때마다
대문처럼 나를 두드리는 환영 하나 있다
우리집 해피라는 강아지의 밥그릇보다도 더 불행하게 찌그러진 양은밥그릇을 들고
막다른 골목처럼 경이롭게 서 있던 땟국 젖은 열손가락
비행접시로 생을 빌어먹는 동냥아치는
해 떨어지는 지구 밖에서 외계인처럼 그렇게 딱 버티고 서 있었다
여행 중 똑 떨어진 노잣돈처럼 생의 여정 중에 희망이 똑 떨어지고
벼랑처럼 타인 앞에 서서 꿈을 빌어먹기도 했을까
비천해진 노숙의 마음으로 골판지에 혈서처럼 쓰인 구걸의 슬로건은
생에 대한 불경죄를 선고받았을까
제목이 떨어져나간 소설의 한 페이지처럼 서 있다
맨손으로 세상을 구원할 듯 그들은 위대한 혁명가의 자손처럼 서 있다
세상에 짓밟힌 듯, 세상을 짓밟고 서 있는 듯
공수래공수거를 평생을 걸고 증명해주겠다는 듯
불타는 우파니샤드의 형이상학 속에 물구나무 선 아트만의 육신으로
현대인의 착한 유령들은 스톱사인에 걸린 나의 의식에 주술을 건다
하쿠나 마타타 비비디 바비디부 사바라 사바사바
가장 큰 자를 찾기 위해 가장 작은 자로 변장한 어사또처럼 당당해
마패같은 구걸판이 인장처럼 내 생의 영수증에 선명히 찍히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5 물받이 이월란 2010.04.05 534
964 한 수 위 이월란 2010.07.19 534
963 포커 페이스 이월란 2012.08.17 534
962 중독 2 이월란 2010.07.09 532
» 비렁뱅이 어사또 이월란 2009.06.10 531
960 그녀의 펌프질 이월란 2009.04.17 527
959 그리운 이에게 이월란 2010.09.20 526
958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957 피터 팬 증후군 이월란 2010.04.18 520
956 형이상학의 본질 이월란 2010.07.19 519
955 발칸의 장미 이월란 2010.01.07 517
954 나의 통곡은 이월란 2010.04.18 516
953 어제는 자유 이월란 2010.10.29 516
952 피카소 시집 이월란 2009.10.29 512
951 꿈꾸는 발 이월란 2010.02.12 511
950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이월란 2012.01.17 511
949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510
948 어항 이월란 2008.05.07 509
947 레테의 강 이월란 2011.07.26 508
946 자동 응답기 이월란 2010.02.28 50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